Tuesday, September 06, 2022

The Yellow Peach

이른 새벽에 일어나지 않고 다섯시가 조금 넘어 잠이 깬 것은 좋은 징조이다. 흘깃 훔쳐본 시간을 보고 건강한 제자리로 찾아 돌아가는 안도감이 스쳤다. 핸드폰과 돋보기를 가져와 이리저리 둘러보다 '수면첼로'를 켜고 달콤한 아침잠을 청해 보았으나 추석 명절을 앞둔 수요일은 바쁜 날이라고 몸은 긴장을 한다. 핸드폰 사운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피아노 수면 유도음악은 띵띵거려 거슬린다. 결국 지친 고막으로 인해 핸드폰을 끄고서야 마침내 잠이 힘들게 찾아오곤 했다. 우연히 첼로 사운드에 마음이 평안해진다는 것을 감지했다. 

첼로임에도 불구하고 온 신경이 곤두선다. 벌떡 일어나 아침을 일찍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시간대가 바뀐 도시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태풍이 지나간 아침은 맑고 깨끗하다. 대부분의 가게들이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노점상이 있는 거리로 향하기로 한다. 장바구니를 끌고 나온 나이 많으신 할머니들이 바쁘다. 무슨 대파 가격이? 무슨 상추 가격이? 무슨 배추 가격이? 놀래다 못해 사지 않기로 한다. 차라리 대형 마트에서 세일하던 무우가 실실하고 가격도 훨씬 저렴했다는 것을 기억한다. 시장이라고 해서 다 싼 것이 아니다. 시장 입구에 있는 가게에서 대파와 빨간 파프리카를 구입해서 시장을 본격적으로 둘러 보기로 하였다. 

모든 것이 비싸다!

조금 먹고 조금 내놓기로 한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냉동실에서 동태전감을 내놓았다. 명절이면 으레 먹어야 할 것 같은 동태전은 귀찮지만 기름맛인지 동태살맛인지 맛있다. 제사 상차림에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발표가 있었다고 뉴스에서 난리다. 왜 이제 와서야 그런 발표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조상님께 바치려고 동태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서 그 따근한 뉴스를  멀겋게 듣고 그냥 하던대로 동태전을 하기로 한다. 왜냐하면 할 수 있으니까.

기름맛을 보아서 그런지 얼큰한 것이 필요하다. 흰두부를 넣은 청국장이 땡긴다. 그래 오늘 밤은 청국장을 해봐야겠어. 점심을 동태전으로 기름지게 먹고나니 낮잠이 서둘러 찾아온다. 

몇자 그적거리고 다시 동네 큰마트에 나가볼 생각이다. 뉴스에 의하면 추석전날에 장을 보면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러기엔 넘 불안하다. 마트 앞 길거리에서 팔고 있었던 황도 복숭아를 사야한다. 큰아들이 좋아하는 복숭아를 사놓으면 마음이 든든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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