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October 03, 2022

Natural Thinking

 마침내 가위를 들고 싹둑싹둑 병든(?) 이파리들을 잘라 내었다. 자연의 섭리는 생각보다 잔인하고 살벌하다.  내안에 들어온 핑크 스타, 흰색 스타(식물명은 휘토니아)의 이야기이다. 반음지 식물이지만 밝은 곳에서 기르면 좋고, 배수가 잘되는 흙(6대4 비율로 배양토와 마사토)에 심어주고, 봄과 여름에 비료를 주면 좋다고 한다. 직사광선이 없는 따뜻한 거실에서 키우면서 물 스프레이를 자주 해주면 건강하게 잘자라고, 과습을 피해야 하고 삽목을 해서 번식을 쉽게 할 수 있다. 잎이 축쳐지면 물을 주라고 하니 맨날 바라보고 체크해야 한다. 

먼저온 핑크스타가 자리를 잡으니 흰색스타를 들이고 싶었다. 자리만 차지하고 쓰임새가 없는 도자기를 찾아 밑구멍을 낼려고 하니 높은 고열에 구어진 도자기는 쉽게 구멍을 허락하지 않는다. 일반 장식용으로 만들어진 용기들은 쉽게 못과 망치로 원하는 것을 이루어낼 수 있었지만 작가님들의 도자기들은 쉽게 허하지 않는다. ㅠㅠ 빛도 못보고 있는 것보다 유용하게 쓰임을 받는 것도 좋다며, 감히 작품을 훼손하려 했건만 못에 불꽃이 튕긴다. 헐! 작가님들의 영혼이 들어 있어서 그런것인가.

도자기 클라스에서 만들었던 수많은(?) 작품들이 태풍이 불던 시절 사라졌다. ㅋ 못났지만 차마 버릴 수 없었던 자식같은 도자기들을 망치를 들고 깨어 부셔야했다. 머나먼 미국땅에서 배로 실어 가져왔던 나의 도자기들은 못생겼다. 애지중지 시간과 정성을 들이고 고열의 가마에서 견뎌내고 내게로 왔던 도자기. 내 이름을 써주었던 소중한 것들을 사라지게 해야했다.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것 또한 자연의 섭리라고 할 수 있겠지 싶다. 사라지는 것도 자연의 일부니까. 

그렇지만 그 험난한 시간속에서도 살아남은 것들이 있었던 것이다. 빛도 못본 것들을 꺼내어 부엌용품을 꽂으니 마음이 그나마 든든하다. 무거우니 넘어지지 않는 묵직한 것들이다. 커피잔으로 만든 것들이 무겁다. 밑구멍을 내어 유용하게라도 써야겠다 싶어 시작된 일이다. 하지만 못들이 튄다. 다른 작가님의 것들도 쉽게 그 유용성을 허하지 않는다. 다른 작가님의 작품에 훼손을 하다보니 뭔가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은 죄책감을 받게된다. 진땀을 흘리다 다시 컴컴한 자리로 옮겨 놓고 만다.

적당한 그릇을 찾아 흰색 휘토니아를 심었는데 실패다. 왜 실패한 것일까?

작고 어린잎들이 많아서 선택했는데, 너무 일찍 서둘러 화분갈이를 하고 그 와중에 묻은 잔흙을 털어내느라 만지작거린 것이 화근이 되었나보다. 화분 물기가 너무 충분하기에 샤워를 시키는 대신에 물휴지로 묻어있는 흙을 털어내준다는 것이 그만 독이 되었나보다. 며칠후에 상처입은 잎들이 쭈그러들며 병든 증상을 나타낸다. 할 수 없이 가위를 들고 과감하게 잘라내고 나니 한줄기가 남는다. ㅠㅠ

첫번째 핑크스타는 옮겨심기도 무난하게 하고 건강하게 잘지내고 있는데 왜 두번째는 실수를 저질렀을까.  흰스타를 고를 때 어린잎이 많은 것으로 선택을 하고 화분갈이를 급하게 한것이 실수다. 이쁜 집을 마련한다면서 너무 좁은 공간을 준 것 또한 잘못이다. 속상하다. 하지만 가위를 들고 잘라낸다. 근데 왜 그동안 손절했던 사람들이 생각나는 것은 무엇이지? 그랬구나! 상처를 주는 사람, 줄 것 같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랐던 것이었나 보다. 시들시들하고 병든 줄기들을 잘라내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은 때로는 가혹한 섭리를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나 또한 그러하였고나.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싹둑하며 잘라냈던 것들에 대해  합리화를 하고 역으로 자신이 당했던 것에 대해서는 상처를 안고 살고 있었구나.

참으로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면이고나.

달콤쌉쓰르한게 삶의 맛이라고 하지 않는가. 언제나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사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른다. 그런 삶이 부럽긴 하지만 이번 삶은 그렇지 않다라는 것이다.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희망 사항일 것이다. 분수를 알고 주제를 파악하고 자족하면서 하루하루를 잘 꾸려야겠다. 주먹진 단단한 결심보다 성실한 하루를 꾸리는 힘을 믿고싶다는 누군가의 글귀가 생각이 난다. 한줄기 흰스타는 견뎌 살아갈 것이다라고 믿는다. 

며칠 미운 가을비가 오고나니 다시 맑은 가을하늘이다. 감사하다. 쌀쌀하지만 창문을 열고 즐긴다. 아무말이나  글쓰기 좋은 날이다.

0 Comments:

Post a Comment

<<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