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November 17, 2019

Diamond

이불속으로 파고들게 만드는 비내리는 일요일이다. 침대 위에 전기요를 집어 넣고  푸근한 이불속에 들어가 아무 생각없이 잠을 청하고 싶은 그런 날이다. 이제 '겨울비'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아직 단풍들이 모두  떨어지지 않은 어중간하고도 애매한 시간이지만 추운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하루종일 잠들어도 괜찮을 것이라며 게으름을 피우는 마음과 달리 몸이 벌떡 일어나고 만다.

두부와 호박전을 만들어 놓고,  따근한 국물이 필요할 때이니 쇠고기를 넣은 무국을 끓이면서 월요일이 두렵지 않은 일요일 오후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릴 모양이다. 창문을 제대로 열지 못하니 온 집안이 무슨 잔칫날 기름지고  마늘향 진한  음식냄새로 가득하다. 좋은 영화 한편을 통해 삶의 한 구석을 들여보다 본 느낌보다  더 알차고 든든한 요리하는 기쁨을 누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요리는 현실적이니 말이다.

성격이 강해 보인다는 말을 들을 때면 불편해질 때가 있다. 뭔가 들켜서는 안될 것을 들킨 기분으로 당황스럽다. 어쩌면 당황해하는 본인의 느낌에 대한 것이 더 두렵기도 하다. 특히나 이곳 한국 사람들에게서 듣는 '강해 보이는 인상'은 미국유학 시절땐 스마트하고 지적이고 유머스럽고 귀엽고 핫한 이미지였다. 그러나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이곳 사람들은 강하다며 포스가 넘치고 카리스마가 있어 보인다며 말을 바꿔가며 범상치(?) 않은 인상에 대해 욕인듯 아닌듯 말을 하곤 한다.

집단적인 사고방식이 지배적이고 개인적인 사고방식이 왜곡되어 융합된 문화에선 견뎌야 할 것들이 참으로 많은 것 같다. 뭔가 부족해 보이고, 우둔해 보이고, 생각이 없어 보이고, 술에 물탄듯 물에 술탄듯한 백치미가 있는 사람들이 편안하다라는 것이다. 좋은 말로 성격이 부드러워서 부딪히지 않고 이래저래 그럭저럭 품고 넘어갈 수 있는 겸손함(?)과 관대함이 보이는 얼굴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본인은 부족함을 갖고 있지만 그 부족함이 부끄럽지 않고 때로는 그 부끄러움으로 삶을 더 풍부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많이 멍청해서 때로는 똑똑할려고 많이 노력한다는 것이다. 생각이 없는 것이 부끄러워 생각을 키우고 넓히고 있는 중이며 사람들을 많이 사귀고자 내 생각을 제거하는 어리석음을 범할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점점 내생각을 남에게 말하는 것이 두렵긴 하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 살기 불편한 자리가 있다. 공존하기 위해서 맨날 왜 내 생각만 제거해야 할까? ㅠㅠ 살다보니 애매모호한 중간자리 없는 선택을 하긴 했던 것 같다. 그 선택이 운명을 만든다고 했던가. 그래서 강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라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 단단한 다이아몬드야 , 이 푸석푸석한 돌멩이들아~~~~ㅋㅋㅋ

본능적으로 알고 말았을까. 다이아몬드 패턴의 수영모자를 본 순간 내것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물질적인 예술로서의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가장 단단한 돌멩이 말이야! 자신의 색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을 속이지 않고,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어떤 세상은 진실이 참으로 불편하다. 그래서 숱한 거짓말로 교양있게 부드럽게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화목하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강해 보이는 이 못난 얼굴로 나름 멋진 삶을 꾸려왔다고 자부한다. 그렇다고 못나고 간사해 보이는 이중적인 얼굴에 차마 내가 느끼는 내느낌을 함부러 내미는 실수를 허락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혹시라도 알지 못해서 오해할 수 있는 점들이 있을 것을 알기에 마음 문을 열고 다가 갔더니, 편견과 선입견 그리고 고정관념을 가득찬 사람 하나와 마주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후딱 도망가야 하는 것이다.

푸석한 돌멩이들이 다이아몬드를 못알아보고 까불면 냅두면 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푸석거리며 사라질 것들이다. 난 강하고 단단한 다이아몬드이다! ㅋㅋㅋ(상처 받음 ㅠㅠ) 수영에 대한 동영상을 보다가 파워풀한 다이아몬드 세이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멋지다! 파워풀한 힘을 갖고 있는 다이아몬드는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고 그저 그렇게 존재할 뿐인 것이다. '어쩔것이어요, 생긴대로 살아야지롱~~~ 난 다이아몬드로 살터이니, 넌 쭈욱 푸석한 돌멩이로 사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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