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October 31, 2019

Thanks to You

11월의 첫날이다. 남쪽 베란다 창문에서 멀리 보이는 나무들은 울긋불긋 가을 옷으로 바꿔 입었다. 발가락이 괜찮아지면 산행을 하고 싶다는 흙으로 향하는 본능(?)이 일어섰다 사라진다. 단풍이 곱게 물든 산길을 걸으면 맑고도 깨끗한 마음이 들어설 것만 같다.

흰색 뿌리 야채로 몸을 지키고 있는 중이다. 가을 무, 도라지, 더덕 등의 흰색 뿌리 야채를 먹는 지금이 가을의 시간인지도 모른다. 짧은 가을 무를 길게 잘라 김치를 담고, 도라지와 더덕의 껍질을 벗겨 다듬는, 수고롭고 대수롭지 않는 일은 가끔은 너무 일상적이라 의미를 주기 어렵다. 주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바닥에 앉아 도라지와 더덕을 다듬는 일은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저리는 불편한(?) 일이다. 쳐다 보지 않아도 될 TV 방송 하나를 골라 틀어 놓고 껍질 벗기는 단순한 작업을 하면 덜 지루하다는 것을 알았다.

날카로운 칼을 붙잡고 집중을 한탓인지 간만에 눈에 통증이 느껴졌다. 목과 어깨가 뻐근한 가사노동은 결코 즐거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맛난 음식을 반기는 식구들의 즐거움을 생각한다면 기본적인 일은 하고 볼 일이다.  당연하게 이루어낸 무김치와 도라지 더덕 나물에 맛있다며 잊지않고 과격하게(?) 반응하기까지 한다면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불현듯 '당연한 것은 없다'란 광고 카피가 생각이 난다.

마땅히 처자식을 먹여 살리느라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하고 저녁이 되어야 돌아오는 남자에게 감사해야 한다. 묵묵하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님에게  존경과 감사를 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철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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