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November 12, 2019

in the Box

아침 방송에서 산에 있어야 할 멧돼지가 도심에 내려와 난동(?)을 부리며 인간을 공격하는 장면을 보았다. 주둥이가 길다랗고 단단해 보이는 멧돼지가 사람을 빤히 쳐다보며 질주본능을 못참고 들이대며  달려드는 장면은 공포스러웠다.

이어서 방송기자가 멧돼지를 만나면 어떡해 반응할 것인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묻는 장면을 보았다.

멧돼지를 만나면 사진을 얼른 사진을 찍고 도망을 간다.
멧돼지를 만나면 그동안 갈고 닦은 근육질의 힘으로다가 죽을 힘을 다해 사투를 벌인다.
멧돼지를 만나면 주위에 있는 도구를 이용해 방어적인 공격을 취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멧돼지를 만나면 질주본능을 자극해 쭈욱 달리게 길을 터준다.
멧돼지를 만나면  너만 성질 있냐며 같이 짐승처럼 막 소리를 내며 들이댄다
멧돼지를 만나면 잘가라고 옆으로 공손하게 비켜준다.
멧돼지를 만나면 우산을 펼쳐들어 덩치를 키워 겁을 준다.
멧돼지를 만나면 못본척 눈을 마주치지 않고 유령취급한다.
멧돼지를 만나면 멧돼지가 좋아하는 고구마와 당근을 주며 질주본능을 잠재운다.
멧돼지를 만나면 너도 돼지냐고 자꾸 물어서 정체감을 혼돈시킨다.
멧돼지를 만나면 집돼지가 더 맛있고 좋다고 염장질을 하여 열받아 눕게 만든다.
멧돼지를 만나면 사람들이 다들 멧돼지 흉을 보고 욕을 한다며 초라하게 만든다.
멧돼지를 만나면 멧돼지 피가 좋다는 말을 생각하고 눈을 번쩍이며 먼저 선공격한다.
멧돼지를 만나면 마블 어벤저스 팀에게 전화를 한다.
멧돼지를 만나면 까불면 죽는 수가 있다고 일방적으로 설교를 오래 한다.
멧돼지를 만나면 들고 다니는 가방에 멧돼지를 넣어 가지고 와서, 집 뒷마당에서 바베큐를 해먹는다.
멧돼지를 만나면 몸에 좋다고 소문을 내어 전국민이 포획하여 멸종을 시킨다.
멧돼지를 만나면 국가에서 지원하는 야생동물 피해보상비 5백만원을 받는다.

멧돼지가 인간을 노려보고 공격하는 공포스런 장면을 희화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죄송하지만 비유적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 멧돼지를 만나면 먼저 도망을 가야한다고 한다. 무조건 도망가고, 어쩔 수 없거들랑 주변 도구를 사용해서 방어공격을 해야 한단다. 갑자기 우산을 펴면 공격하는 줄 알고 오히려 공격하는 일이 벌어진다고 한다. 혹시라도 멧돼지에게 물리거나 다치게 되면 국가에 야생동물 피해보상비를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그건 그렇고, 어제 난 나에게 들이대는 멧돼지 한마리를 만나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느닷없이 공격을 받은 느낌은 감정충동적으로 다혈질적인 기질이 '어쩌면' 이란 부사가 '확실히'란 단어로 전환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의 멧돼지를 자극하지 않는 법,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대화하는 법'을 검색해 보았다.
'상호존중'과 '역지사지'하며 제대로 의사소통하는 기술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이 한결같지 않고 감정은 언제나 흔들리는 법이니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내가 나인데 어떻게 너인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겠는가.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선 더욱 더 좋은 책과 영화와 그리고 여행을 통해서 더 넉넉하고 더 깊은 시야를 가져야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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