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October 14, 2019

to Winter

겨울로 가는 가을은 아직 맑고 하늘이 높다. 천변에 코스모스와 백일홍이 아직 남아 있는 시간이다. '야생콩'이라며 아침부터 부지런한 아줌마가 큰 가방을 옆에 끼고 천변 빗탈진 언덕에서 채집을 한다. 궁금증을 참지 못해 용기내어 물어봤더니, 혼자만의 채집을 하고싶은 비밀스러운 욕구가 방해를 심하게 받는듯, 뭘 그런 것을 묻냐는 표정이 역력하다. 보라색 꽃이 간단하게 피는 식물은 콩이 줄줄이 숨어있을 길죽한 모양이다. (검색을 하니 '돌콩'이라고 한다.)

나뭇잎이 하나 둘 색을 갈아 입고 있다. 단풍놀이라도 가야 할 것 같은 욕구가 조그맣게 일어났다 가라 앉았다.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오면 힘이 부족하여, 새로운 것을 하고 싶은 기력이 없다. 주말에 차를 타고 소래 포구 어시장에 들리는 것도 큰 맘을 품어야 했다. 외국인들이 회를 뜨는 곳에 모여서 놀랍고도 신기한 이국적인 모습을 만끽하는 것이 눈에 띄였다. 파닥파닥거리는 물고기들을 바구니에 담아 가격을 흥정하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탱탱하게 살아있다.  '우리 가게가 제일 싱싱하고 값이 싸요~~~' 정말로 믿고 싶은 말들을 한다. '잘해줄게 이리 오셔~~~'

회는 싱싱하고 쫄깃하고 맛있었다. 회맛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그냥 저냥한 맛에 만족할 수 있는 미감탓일 수도 있지만, 시간과 발품을 팔아 잡아온 회는 두껍고 부드럽고 쫄깃하고 맛있었다. 인간행위의 3분의 1 이상이 상대를 속이는 거짓이고 3분의 2 이상의 거짓말을 한다는 글을 아침 신문에서 보았다. 횟집 아저씨는 속이지 않았다. 다행히! 속은 기분이 들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무엇보다 자신을 속이며 사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 아닐까 한다. 돌아보면, 솔직한 편에 속한 성격은 속마음을 들켜서 이런저런 손해를 본적이 있다. 손해라기 보다는 불편을 초래했다고 보는 편이 낫겠다.ㅋㅋ 영리하게 속마음을 감추고 무조건 웃고 보면 넘어갈 일들이 있었다.  그리 심각할 일도 없고 그리 나쁜 인간들도 아닌데 왜 그것이 그땐 그렇게 불쾌하고 불편했을까.

기분좋게 하고자 가식적인 웃음을 짓는 것을 어떻게 탓할 수 있겠는가. 선수끼리 웃고 넘어서는 안될 선을 지키며   그렇게 '안녕하세요' 하며 살아 가는 것이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이 아직도 난 무섭다. 하긴,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마구 드러내는 사람 또한 참으로 불편하긴 하다. 이쁜 수영복 입고 갔더니만, 이럴 땐 그냥 아주 이쁘다며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꼭 이런 사람 있다. 요즈음은 왜 그렇게 수영복을 야하게 입는 것인지 모르겠다...남자들 회원들이 많은 시간에 어쩌고 저쩌고...갑자기 기분이 망할려고 한다.  아이고, 얼른 도망가야지! 왜 말을 섞었단가!

50대 중반에 뭐 그리 야할게 있다고? 시커멓게 멋없이 우중충하게 입어야 한단 말인가! 엔터테인먼트 정신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아주 성실하고 건전한 여인을 뒤로 하고 후다닥 도망을 가야 한다. 말도 할 줄 모르는 하수~~~ ㅋㅋㅋ 실컷 건전하게 얌전하게 옷입으셔요~~~

좋은 말과 긍정적인 말 그리고 감사하는 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만날 때면 맨날 부정적이고 불평스러운 말만 하는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그리 기분좋은 일이 아니다. 생각의 필터를 좀 걸쳐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들으면 힘이 나고 업이 되는 그런 말을 주고 받을 사람들이 많이 주위에 있다면 행복할 일이다.

겨울이 다가오니 가지치기를 해야한다. 

쓰잘데기 없이 웃자란 생각의 가지치기를 하자면 일단 말을 줄이고 자신을 좀 더 살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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