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October 04, 2019

Standing in the Kitchen

씽크대에 가득찬 그릇들을 씻으면서 '설거지'를 좋아한다던 사람을 매번 떠올린다는 사실을 인지하였다. 남들은 귀찮아 하기도 하는 단순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그녀는 깨끗이 씻는 그 자체를 의미있게 받아 들였을 것이라는 짐작을 해본다. 이것 저것 묻어있는 것들을 깨끗이 씻을 수 있는 기쁨을 겨우(?) 알 것만 같다. 그렇고보니 그릇들도 다양하다. 쓰임새에 따라 오목한 것, 평평한 것, 커다란 것, 작은 것, 도자기로 된 것, 스텐리스로 된 것, 플라스틱으로 된 것 등등 다르게 생겼다.

그렇구나! 다들 다르구나~~~

마른 그릇을 정리하면서 작은 그릇은 큰 그릇을 품을 수 없으니 큰 그릇으로 작은 그릇을 품는다. 사람관계도 품성이 넉넉하고 여유가 있는 사람이 이런 저럼 사람들을 품어 줄 수 있는 것과 같다. 서로 똑 같은 사람을 만나면 그냥 서로 선을 지키고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ㅋㅋ서로를  거울삼아 지켜볼 줄 안다면 그것 또한 지혜로운 일이라 생각된다.

동네 슈퍼에서 빅세일을 한다기에 걸음을 팔아 돼지고기 앞다리살을 사왔다.  살림 잘하는 주부님들이 겨울 김장을 하기전에 묵은지들을 처리하고 있다며 기름붙은 앞다리살을 달콤하게 권한다. 동물의 지방을 먹을만한 적당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뭐 그리 오래살겠다며 깐깐하게 살 필요없다며 선택의 합리화를 꺼내 들었다. 별 쓸모가 없어 괜시리 김치 냉장고 자리 차지하고 있던 백김치가 때를 만났다.

2년 먹어가는 김치와 백김치를 적당히 썰어넣고 한시간 반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요리라는 것도 시간의 예술이다. 음식 재료에 맞는 때를 따라 아는 것은 요리의 기본이라 할 것이다. 재료의 성질을 알아 맛을 살려줄 보조 재료를 넣기도 하고, 때론 너무 강한 맛을 내는 것을 중화 시키기 위해 첨가할 것도 있고 조화로운 것을 찾아 내는 것 또한 요리에서 없어서는 안될 기본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부엌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마음 그득하게 충만감이 올라온다~~~

참고로, 하노이 사람들은 이 맛난 묵은지 김치찜 맛을 모르겠지? (아직도 난 베트남 음식이 먹고 싶어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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