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September 30, 2019

Time

날이 좋아 어디론가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이 잠시 일어 났었다. 최근에 다녀온 여행의 맛을 잊지 못함인지 자꾸만 집을 떠나 멀리 멀리 떠나 낯설은 곳을 보고 느껴보고 싶은 열정이 일어났다 사라기기를 반복한다.  매번 자신에게 축적된 세월과 게으름의 무게감을 못이겨 주저앉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집에 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약간의 불안감이 들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하는 것 외에 자신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선택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집안일을 하기 좋은 선선한 가을 날이기도 하며 맑은 햇살에 이불 말리기도 딱 좋은 날이기도 하고 쇼파에 기대어 밀린 책을 읽기도 좋은 날이기도 하다~~~

살다보니, 인터넷서점에서 신청한 책이 미인쇄된 부분을 유지한 채 배달되기도 한다. 책의 두께에 질려 주제별 책읽기를 하던 중에 미인쇄된 부분을 발견하게 되었다. 별 일이 다 있다! 그만 나쁜 인간 본성을 자극 하기에 책을 덮고, 침대 머리맡에 둔 책을 들고 나와 읽어야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책 읽기 딱 좋은 날이야~~~

'소박한 정원'이란 책이다.  저 멀리 두고온 나의 정원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저자는 40대에 영국에 유학을 가서 정원에 관련된 공부를 하였다고 한다. 나 또한 40대에 미국에서 그림공부를 한 사람으로서 40대를 회상하며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니 마음이 향기로운 꽃밭으로 향한다. 

이웃집과 콘크리트 담장을 쌓을 수 없어 대신 울타리 삼아 '오스트리아 소나무'를 심었었다. 목마른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면 소나무가 더 단단해지고 한결 푸르러지고 더 키가 자랐던 것을 기억한다. 땅을 파고 뿌리를 넣어주고 지켜보고 사랑을 주었던 나무들이었기에 지금도 거기에 살고 있을 나무들을 그리워한다.

지금 여기에 있는 나는 아침운동을 갈 때, 곧장 빠르게 갈 수 있는 길을 선택하는 대신 이웃의 정원들이 있는 길을 골라 지나간다. 가느다란 코스모스가 귀엽게 피어있고, 금잔화, 상사화, 수국 꽃이 보인다. 이웃은 식물에 대한 관심이 많을 것이며, 정원에 대한 이상을 갖고 있을 것이며, 현실적으로 상황에 맞게 품종을 골라 씨를 심고 물을 주고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작은 가든을 통해 얻을 소중한 가치들이 부럽기도 하다.

책속에서 '기다림'이란 단어와 진하게 부딪혔다!

정원은 기다림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적당한 때를 골라 씨를 심고, 적당한 수분과 양분을 공급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빛을 좋아하는 꽃은 빛이 많이 드는 곳에, 그늘을 좋아하는 꽃은 그늘을 따라 꽃에 맞는 환경을 배려해 주는 것이야말로 사랑 그 자체 아니겠는가! 그리고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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