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May 22, 2019

The Green Time

등산용 스틱 하나와 모자 그리고 등산용 신발을 신고 아카시아 향기가 아직 남아있을 뒷산으로 향했다. 지난 주말 귀한 봄비가 내린 후 초미세 먼지가 가라앉은 오월의 시간은 맑고 투명하지만 아카시아 향은 옅어졌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혹시라도 하는 그 향기에 대한 기대를 품고 나무들이 서있는 산을 향해 걸어갔다.

연분홍 진달래꽃을 보러 올라갔던 이후로 산은 푸른옷으로 갈아 입었다. 진달래가 진한 향기 필요없이 봄의 핑크쇼를 시각적으로 하였다면, 아카시아꽃은 푸른색에 파묻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한 향기를 품지 않으면 꽃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산은 온통 녹색으로 푸르다. 아카시아 진한 향내에 빠져 바라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맑은 날이다. 이런 날도 있구나!

등산용 지팡이를 짚고 산을 오르자니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종종 보인다.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온 젊은 사람들도 보이고 무심한 옷차림에 어울리게 신경 전혀 쓰지 않은 신발로 앞마당 산책 나오듯이 나온 사람을 보고 산에 대한 예의를 차린 나의 정성어린 차림새가 무색해지기도 한다. 그런들 어쩌랴 각자 즐기면 되는 것이라며 흙처럼 편안한 마음을 가졌지 싶다.

나의 몸무게의 중력을 들어올려 한걸음 한걸음 옮겨 산을 올라가는 일은 물속에서 부유하는 것과 다르다. 현실적이라고나 할까! 반백년 사용한 연골이 닳아져서 느끼게 될 통증을 상상하는 벌대신 오늘의 나를 사랑하고 즐기기로 했다. 올라갈 수 있을 때 올라가는 것이다. 연골 닳아진다며 방구석에 앉아 있으면 오늘의 나는 어찌 되는 것인가 상상해 보면 얼마나 어리석은 걱정인지 알게 될 것이다.

등상용 지팡이가 얼마나 고맙던지요~~~ 뒷산은 만만하다. 초입구 오르막만 견뎌내면 뒷산은 편안한 길이다. 고요한 산에 산바람이 살랑거리고 귀여운 새소리가 난다. 삐롱 삐롱 삐로롱~~뿅뿅~ 새들의 대화가 이어진다. 아름다운 새소리가 환상적으로 들리는 것은 좋은 징조이다 싶다. (지금 이순간 아파트 창문틈 사이로 무시무시한 까마귀 소리가 들렸다. ㅋㅋ 깍각 까아아악~)  땅의 부드러움을 딛고 1시간15분 정도 걷고 난 후 난 행복했다.  다양한 나무들이 함께 서있는 5월의 푸른 숲은 아름답다.

아침신문에서 유명 브랜드, 토레스 와인 명장과의 인터뷰 기사가 떠오른다. 최고의 와인은 어떤 것이냐고 기자가 묻자,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와인이 최고이다' 라는 답을 내민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은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는 일이며 다른 사람에게 휘둘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산이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큰나무 작은 나무들을 품고 살아가는 것처럼,  바다가 되고 싶어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뒷산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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