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y 27, 2019

May Rain

'마늘 장아찌'를 이쁜 유리병에 담아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 저장을 마친 오늘의 시작은 기다리던 비가 내린다. '장아찌용 햇마늘'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보라 붉은 빛이 도는 마늘을 구입해 흰속살이 보이도록 야무지게 다듬어서 아린 맛을 빼내는 소금물에 담구고 다시 24시간이 지난후 그 물을 버리고 마늘만 건져 내었다.  절여진 마늘을 유리병에 넣고 방부제 역할을 한다는 소주,식초 설탕, 약간의 소금과 간장이 들어간 새콤달콤 짭쪼름한 물을 그 위에 부었다. 한달간 숙성시키면 맛난 삼결삽과 함께 먹는 나름의  작은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발효숙성을 돕기 위해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어두컴컴한 창고에 넣어두는 것으로 마늘 장아찌를 완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생강은 왜 함게 넣는 것인지 검색을 해도 이유가 나와 있지 않다. 궁금하다! 어쨋든, 생강 껍데기를 벗겨 편을 썰어 함께 집어 넣는 노력을 하는 최선을 다했다. 몇년만에 담아보는 마늘 장아찌인가! 10년만에 돌아와 제일 먼저 행했던 것은 작가로서 갤러리를 탐방하는 일이 우선이거늘, 익숙하지만 낯선 이곳에 돌아온 난 김치를 담고 장아찌를 담았었다.

그리고 5년이 바람처럼 지나가버렸다. 더 이상 장아찌를 담는 일이 즐겁지 않고 행복하지 않게 된 것이다. 하지만 주위에 있는 알뜰하고 살뜰한 전업주부들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는 모양이다. 마늘 장아찌를 하려고 하니 프로주부선수들은 이미 마치고 난 후인 것이다. 장아찌를 담는 사람과 담지 않는 사람으로 여인들을 나눌 수 있는 것이다.  마늘 장아찌를 담고 나니 길가에 있는 노란 참외가 그냥 보이지 않는다. 다음 도전은 고급진 '참외 장아찌'를 해서 먹고 싶다는 것이다!

마늘 장아찌의 효능을 찾아보니 만병 통치약이다! 항암작용에 피도 맑게 해주고하니 삼겹살에 먹지 않을 수 있겠는가. 뿌듯하고 든든한 정보로 더욱 마음이 그득하게  차오른다. 스마트폰 시대에 사는 여인들은 현명해진다. 정보를 공유하고 더 편리하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고 질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도 있고하니, 검색을 하여 신속하게 얻어지는 고급진 정보에 감사함이 찾아 들 때가 많다. 물론 거북목이 생기는 부작용도 있지만 말이다.

지난밤, 버스를 타고나가 영화를 보고 천변을 걸어 집까지 걸어올 때 오월의 밤이 행복했다. 커다란 잉어가 물을 거슬러 올라가고, 힘찬 매기들이 자갈을 건드리며 꿈틀거리고,  회색 두루미가 집중하여 먹이를 낚아채는 오월의 밤은 살아있다. 노란 코스모스가 가득 피어나고 붉은 장미와 힌장미가 담을 타고 올라가는 풍경은 낭만적이다. 도시의 풍경은 달라지고 있다. 고층 아파트들이 빽빽하게 들어서니 천변을 걷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작은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면서도 역으로 작은 존재들이 저렇게 높은 건물들을 쉽게, 빠르게 올려 세우니 말이다. 

'알라딘'이란 영화속에서 여주인공인 공주가 부르는 노랫말이 요즈음의 시대를 방영하는 것 같다. 얌전히 뒤로 빠져 조용히 '공주'처럼 있으라는 요구에 그렇게는 하지 않겠다고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말하는 쎈공주인 것이다. 알라딘의  램프에서 나온 '지니'가 세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며 말하라 하면 뭐라고 할까 상상해 본다. 겉은 바꿀 수 있어도 내면의 것은 바꿔줄 수 없다는 말은 생각할 수록 깊은 말이다싶다. (개인적인 소원 세가지는 비밀로 하기로 한다.)

내면의 것을 풍요롭게 할 것들을 생각하기로 하자. 내것이 아닌 것들은 흘러가게 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간이다. 비가 온 김에 묵은 먼지들을 깨끗이 씻어내야 하는데 비가 간질간질하게 온다. 내 마음을 모르는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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