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October 16, 2018

The Cold

나무들이 붉은 잎을 떨어뜨린다. 아파트 경비님이 빗자루를 들고 길에 떨어진 나뭇잎들을 쓱싹쓱싹 수고롭게 모으는 아침을 걸어 운동을 다녀왔다.코뱅맹이 소리를 내는 난 감기에 걸린 모양이다. 너무 쉽게 감기가 들어서고 말았다. 잘먹고 운동하는 중에도 감기에 걸린 자신의 허약함에 깜짝 놀라 겸손해진다.

몸을 피곤하게 하지 말고, 잠시 운동을 멈추고,  고단백의 질좋은 식사를 하라는 의사샘의 충고와 달리 운동을 멈추지 않았고, 고탄수화물을 섭취하고 있는 난 착한 환자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아침 수영을 가지 않으면 불안한가? 아침수영이 쾌락을 주면서 실제로는 내 자신의 감각을 마비시키는 '그림자 위안'을 주고 있는 것인가 체크 들어간다.

아침수영을 가지 않으면 그것이 더 힘들 것 같아 수영가방을 챙겨 물가에 가는 것 아니겠는가!

날아갈 것 같은 젊음은 끝난 것이다. 어딘가 불편하고 어딘가 주름지고 어딘가 부족한 그런 상태의 시간들이 미래로 보이는 것은 어쩌면 가을과 겨울이 남아 그러지 않겠나 싶다.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물가에 간 것이 사실에 가까운 표현일 수 있겠다. 집에서 뒹굴뒹굴 거리는 것보다는 푸른 박스 안에서 열심을 내어 긍정적 에너지를 끌어 내어 보는 것이 훨씬 행복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의 감기는 더 오래 갈 것만 같다. 하지만 나의 즐거움을 포기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본다.

겨울이 오고 있다. 이제 나무들도 무성했던 잎들을 떨어뜨리고 가장 가볍게 서서 바람불고 추운 땅아래로 에너지를 보내며 시간을 견딜 것이다.  찬바람과 함께 군밤 아저씨가 늘 서있었던 자리에 나타나셨고, 전혀 반갑지 않은 초미세 먼지도 뿌옇게 찾아오고 있다. 찬바람이 싫어 창문을 닫고, 따뜻한 햇살아래 걷는 중에 양산을 펼칠 수가 없고, 호주머니에 손이 자꾸만 들어가는 따뜻함이 간절한 시간으로 들어가고 있다.

기억력이 딸려서인지 아니면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된 탓인지 이리 쌀쌀한 날에 무슨 옷을 입고 살았는지 기억이 없다. 작년 사진을 보고 무슨 옷을 입었는지 확인해 보았다는 어느 아짐의 이야기는 웃픈 이야기로,  왜 여자들은 외출하려고 하면 입을 옷이 맨날 없지요? ㅋㅋ

오늘 선물로 받은 시간 안에서 따뜻한 호박죽을 끓였다. 호박죽 한그릇을 몸속에 넣으니 온몸이 따뜻해지면서  귀찮은 감기를 떨쳐낼 것만 같다. 친정 아부지가 기르신 호박을 썩히지 아니하고 아픈 몸으로도 호박죽을 끓인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다. 요리를 하면서 착하고 선한 마음을 품었다는 것으로 족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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