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May 23, 2018

청매실

벌써 목요일 ㅇ으음~

남쪽 붉은 흙이 보이는 곳에 주름진 아부지가 살아 계신다는 것은 깨달아야 할 소중함이다. 오월의 맑고 푸른 날이 기분좋은 출발을 도왔다. 홀로 계신 아부지와 함께 사는 백구, '이삐야'가 사건(?)을 쳐 새끼를 네마리나 낳아둔 것을 본 것은 작지 않은 충격이었지 싶다. 덕분에 '개'란 동물은 여러마리의 새끼를 한꺼번에 낳는다는 것을 아날로그적으로 두눈으로 확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어도 본능적으로 새끼를 낳고 혼자 뒷처리를 다했다는 엄마가 된 개는 석달전의 그 어린 백구가 아니었다.

'이제 나도 개삶을 쬠 안다구~~'

시골에서 더 이상 공짜개도 환영을 받지 못하다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져야 할까. 옛날처럼 어슬렁 저슬렁 돌아다니는 똥개를 키우는 것도 아니고 여러가지 앞뒷처리를 받아야 하는 개 위치의 상승탓일까 아니면...

줄이 풀어진 잠깐 동안 저지른 '이삐야'의 탈선행위 결과로 늙으신 아부지 배신감은 크셨고(ㅋㅋㅋ) 네마리 새끼를 분양할 생각을 하니 근심으로 주름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 '어디서 못생긴 놈하고....쯧쯧' ㅋㅋㅋ '누가 주라고도 안하게 생겼으~~~' ) 백구 진도개 혈통이 어디서 족보도 없는 놈하고 일을 저질러서 그만 혈통을 망쳐서 폼나게 분양할 수도 없는 것이 속이 상하실 수 있겠다 싶다.

뭔짓을 한것이여 하고 머리통을 두대 쥐어박았다나 말았다나~~~

그래도 울 아버지 장어탕 먹고 싶은 딸의 마음을 뒤로 밀어블고, 백구 이삐가 좋아한다고 감자탕을 먹으며 맛있다며 돼지 뼈다귀를 챙기신다.

친정 아부지의 매실을 가져와 매실 장아찌와 매실 청을 만드는 일은 피곤하고 귀찮은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찌 아부지의 매실이 땅에 떨어져 나뒹굴며 썩는 일을 허락할 수 있단 말인가. 시골에 내려간 김에 매실을 가져와 허리가 끊어지게 집중하여 씨를 까서 매실 장아찌를 담았다. 정말 허리 아프다!

수고롭긴 했지만서도 울 아버지의 매실을 가져다 담굴 기회도 그리 많지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유리병에 담겨져 매실 설탕물이 말갛게 우려나오는 것을 보니 뿌듯하고 기쁘다.
청매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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