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October 15, 2017

The Feet


                                        -권기만

발 달린 벌을 본 적 있는가
벌에게는 날개가 발이다
우리와 다른 길을 걸어
꽃에게 가고 있다
뱀은 몸이 날개고
식물은 씨앗이 발이다
같은 길을 다르게 걸을 뿐
지상을 여행하는 걸음걸이는 같다
걸어다니든 기어다니든
생의 몸짓은 질기다
먼저 갈 수도 뒤처질 수도 없는
한 걸음씩만 내딛는 길에서
발이 아니면 조금도 다가갈 수 없는
몸을 길이게 하는 발
새는 허공을 밟고
나는 땅을 밟는다는 것뿐
질기게 걸어야 하는 것도 같다
질기게 울어야 하는 꽃도

The Feet, Gesture Drawing (1 min), 2009

헤이즈, 비도 오고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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