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ne 18, 2017

The Mirror

뜨거운 아침을 걸어가기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하루에 한잔이라고 제한된 아침 커피를 마시고, 카페인 기능이 총총할 때 신문을 서둘러 읽었다. 열어놓은 베란다 창문으로 달리는 차소리와 건물이 올라가는 분주한 소리들이 바람과 함께 들어와 널어놓은 빨래들이 조금 흔들린다.

이곳에서 유월의 시간을 온전히 보내는 것은 낯설은 경험이다. 오랫동안 장마가 오기전에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실을 몸이 인지하였다. 자외선 지수와 오존지수로 달궈진 붉은 해의 시간은 다행히 밤이면 선선한 푸른 바람이 분다. 습기가 끈적거리는 시간이 멀지 않았기에 밤이면 동네 천가를 걷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상쾌한 일이기도 하다.

 잉어와 메기가 살고 오리들과 흰 두루미가 있고 셀 수 없이 많은 송사리 떼들이 있는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천가를 걷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깊은 물소리로 흘러가는  강변을 걷는 일과 파도치는 바닷가를 걷는 일과는 다른 잔잔하고 현실적인 길이다. 아침 걷기는 꽃길이라면 밤 걷기는 물속에서 움직이는 물고기들이 움직이는 작은 파동에 마음이 뺏기는 보다 섬세한 걷기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 웃으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지역 정치인이 밤 산책길에 정치적인(?) 인사를 한다. 얼떨결에 누그드라하며 친절한 얼굴에 그만 반사적으로 고개숙이고 나니 텔비에서 보던 사람이다. 선거때가 아닌 시간에 자연스럽게 밤산책중에 만나니 호감도가 올라가는 것을 부인 할 수 없었다.

며칠전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의 인사가 생각난다. 고개만 끄덕이는 인사만 하는 사이라 엘리베이터 공간에 있는 것이 때론 어색한 사이인데 들어오자 마자 고개를 숙였는지 똑같은 신발이란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나 보다. 그리고 관객을 둔 독백처럼 대한민국 아줌마 대표신발이라며 싸잡아 평가절하 하는 발언을 한다. 똑같은 신발을 신은 것에 대한 당혹감을 나타내는 것이라 이해하려고 침묵하였다. 침묵하였다~~~나름 성질있고 감각있는 이웃 아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언으로 순간적으로 불쾌하기 그지 없었다.

짧은 시간의 침묵을 깨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부정적인 말부림이었지 않았나 싶다.

"신발이 참 편안하지요 저도 자꾸 이 신발이 신고 싶어져요. 그런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호호" "똑같은 신발 신은 기념으로 차한잔 할까요?"

"대한민국 아줌마 말이나 소나 다들 신는 신발을 당신도 신었구려 아이 참 재수없어" 이런 뜻은 아니었길 바란다. 나이가 들수록 말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나 또한 배려없이 내뱉어 주워담을 수 없는 말들이 많으니 그러려니 해본다.

좋은 말만 하루동안 사용하는 것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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