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June 07, 2017

메기의 추억

단비가 내리는 수요일은 무거운 하늘이다. 장미가 피어나는 오월을 의미 없이 흘려 보낸 불안감이 그림이라도 그리고 있노라면 잡혀질까 궁금하다. 먼지 쌓인 수묵화 종이들을 정리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이성적인 다짐은 오늘도 게으름을 피운다. 마음 둘 곳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갑작스런 외로움을 타는 것 또한 내안의 중심으로 가지 못하고  길잃은 막다른 길목에서  맛보는 아무 맛없는 방황이라는 것 알고 있다.

물가로 오가는 길에 보았던 꽃들은 어제 보았던 그대로가 아니었다. 보슬비를 맞으며 하얀 두루미가 길고 가느다란 다리로 서성거린다. 노란 꽃들이 바람에 쓰러지고, 꼿꼿한 접시꽃들이 인조꽃처럼 싱싱하게 일어나 있는 아침을 걸어 물가에 다녀왔다. 그 누군가 간절히 바랄 수 있는 조용한 아침의 꽃길속에 서 있는 그림을 지나 누군가의 행복감으로 반짝였을 수영장의 잔물결속에 서 있는 자신을 보았다.

며칠 전 밤 산책길에 보았던 '메기'를 잡겠다고 시냇가를 걸어 들어가 맨손으로 서성이던 중년 후반의 아저씨 생각이 난다. 느닷없이! 자갈속으로 매끄럽게 들어가버리는 메기를 기다리다 지쳐 나오는 아저씨를 보며 잠시 그 좁다란 이기적인 욕망을 원망을 하였지 싶다. 보는 즐거움 보다는 먹고 싶다는 유혹을 못견디는 도시 아저씨의 야생적인 혹은 취기어린 욕망을 이해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잊혀졌던 오래된 어린 추억을 되살리고 싶었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아파트 숲에서 메기를 잡아보는 일! 메기를 잡았더라면 사진 찍고 다시 놓아 주었을까?

동물원의 신비한 동물을 보는 경이로움으로  밤빛 밑에서의 움직임을 쫒는 나의 눈은 오래된 추억을 잡고 싶은 것일까. 돌멩이를 들어 올리면 물고기가 나왔던 어린시절의 오래된 그림을 기억하기에 밤빛으로 반짝이는 물가에서 밤마다 메기를 찾는 것이다.  부디 우리 동네 메기들이 도시 아저씨들에게 잡혀가는 일이 없기를 바래본다.  내가 거니는 물속엔 메기들이 살아 움직인다.

0 Comments:

Post a Comment

<<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