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April 07, 2017

Just Spring

봄날은 간다
                                          -손로원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봄날이라서 시간을 만들어 꽃구경을 가게될 줄 몰랐다. 군에서 휴가나온 아들을 아침부터 깨워 귀한 것을 놓칠세라 서둘러 뒷산으로 올라갔다.  연분홍 진달래가 흔들거리는 산길을 걷는 즐거움을 아들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분홍빛 낭만을 노래하는 진달래 꽃구경을 함께 하는 순간은  봄같은 행복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불안'이란 단어에게서 쉽게 달아날 수 없는 우리들이란 것을 십삼년만에 만난 오래된 사진속에 있는 여인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꿈을 꾸게 하는 모든 것들은 불안이란 그림자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뚜렷이 인지할 수 있었던 만남이었던 것 가기도 하다. 꿈을 더이상 꾸지도 쫒지도 않는 이는 불안하지 아니한가?

적당한 운동과 적당한 음식을 그녀게게 권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유한한  시간에 대한 두려움으로 발걸음이 무거웠지 싶다.  비록 위대한 작품활동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침 물가로 가는 가슴두근거림이 있고 소소한 이야기로 나를 키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의 소중함이 내 자신을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도 하였다.

지금 여기서 낯선 타인들과의 만남이 날 흔들리며 꽃피울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감사할 수 있는 눈을 갖게 해준 시간이었음을 .

그렇다 우린 시간을 이길 수 없기에 서로 사랑하기로 한다. 사랑할 시간도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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