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rch 28, 2017

by Bus II

버스 정거장에서 더디 오는 마을버스를 기다리다가 오가는 버스들의 행선지가 적혀 있는 안내판을 보게 되었다. 서울역에 나가 남쪽 고향으로 갈 수도 있고, 세종 문화회관에 나가 고급진 문화도 맛볼 수 있고, 인사동 거리와 남대문 구경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붉은 색과 파란 색 버스의 차이를 알지는 못하지만 버스를 타고 더 멀리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지금껏 모르고 살아온 사람처럼 말이다. 하긴, 빨리 달리는 지하철의 속도감이 더 매력적이어서 무관심하지 않았나 싶다.

마을 버스속에서 한 여인의  교통카드가 말썽을 부리는 바람에 마을 버스비가 천백원이란 사실을  알았다. 주머니를 뒤져 현금 오만원을 찾아 내밀지만 운전하는 기사님은 거스름 돈이 없다. 지켜보던 나이드신 할머니 구깃한 천원을 내밀며 당황한 여인을 구원하신다. 아직도 누군가의 딱한 사정을 보면 도움의 손길을 뻗는 사람이 있구나! 맘씨 고운 익명의 할머니가 돈을 내밀지 않았더라면 기사님이 공짜 탑승을 허하였을까.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일하시는 기사님의 선량한 배려가 나타나기전 세상 더 살아본 멋진 할머니 그 옹삭한 상황을 아름답게 정리하시는 광경을 보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단돈 천원 한장으로 마을버스가 훈훈해지는 것을 보아서 다행이다.

버스 창 밖으로 보이는 도시는 흐리지만 봄꽃들이 피고 있는 것을 보았다. 흰 목련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서있는 아파트 숲 앞을 지나 수많은 학원과 치과 미용실 그리고 부동산 간판들을 읽으며 구경을 하다보니 목적지에 금방 도착한다 멀미도 하지 않고서. 명문대에 많은 학생들을 입학 시켰다는 프랑카드가 걸려있는 미술 입시학원들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드로잉과 수채화 연습을 통해 미술활동에 대한 전반적이고도 기본적인 테크닉을 공부하는 것이라며 짐작해본다. 이곳 명문대를 나오신 작가님이 유리하다 싶다며 포기하는 내안의 소리를 들었다.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보는 것이라 하겠다. 인정하고 접수하고 주제파악하고 그리고 내안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에너지를 들어 올릴 것을 난 알고 있다. 다만 느리게 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라는 것을.

아침을 위해 빵집에 들려 원하는 식빵이 남아있어서 얼마나 행복했던가! 같은 취향을 가진  어느 멋쟁이 할머니께서 내가 원하는 빵을 싹쓸이해 간다는 사실에 빵집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슴이 덜컹거린다. 다행히 한개의 빵이 남아있다~  아침 일찍 드라이 하시고 멋지게 나타나시는 어르신 손님의 큰(?)소비행위를 막을 수도 없다는 사장님의 난처한 이야기를 듣다 결국 나를 위해 빵하나를 남겨두겠다며 방문할 시간을 묻는다.ㅋㅋ  나 또한 식구들의 맛난 아침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일이라 조그마한 노력과 정성이 필요한 모양이다.

'니체'를 알아가는 데 한시간 가량을 사용하였다. '권력의 의지'란 강한 단어들을 들으며 '사랑'이란 따듯한 단어를 생각해 보기도 한다. 누구나 약자이든 강자이든 권력의지가 있는 것을 인정하며 자신 내면 뿌리까지 들어가 질문해 보기로 한다.  ~~으로 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으로의 가치창조를 할 수 있는 것인지 긍정적인 나에게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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