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une 01, 2017

꽃길을 걷다

하찮은 것들의 큰 의미를 깨닫기 위해선 아픔이 번져 모든 것을 덮어 버리는과정을 지나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허물을 벗은 붉은 지문은 키보드를 아기처럼 두드리는 것을 느끼면서도 나를 찾기 위해 반복되었던 습관 하나를 두드리고 있는 것일 것이다.  블러그에 글을 적는 일이 갑자기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이 되지 않을까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하게 길게 늘어진 시간들을 한참이나 보내고 나서야  지금 나를 지탱하고 있는  하나의 소중한 일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반복되는 일상은 지루하고 심심하지만 그 리듬과 패턴을 어쩔 수 없이 내려 놓아야 하는 일은 삶의 의미가 남루해지는 초라해지는 일인 것 아닌가 한다. 직면한 불행한 일을 이겨내기 위해 무슨 일을 했던가!  비교적 남들의 불행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이라는 객관적 평가가  내 고통의 크기를 무시하는 것 같아 불쾌하지만 사소한 아픔에도 쓰러질 수 있는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이성적으로는 별 일 아니라며 시간이 가져다 줄 기적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 의미없이 일어나는 일이 있을까 하며 직면한 아픔이 가르치는 의미를 찾으려고도 해보았다. 가슴을 뛰는 일을 정지한 그후의 시간속에 맛보았던  '무기력'이란 단어를 피하려고 했지만  너무 쉽게도 그 단어에  잡힌 내 자신을 보았다. 어느 봄날 넘어져서 생긴 겨울 같은 감옥에서 나오기 위해선 역시 시간의 필터를 지나야 하였고 급기야 그 씁쓸한 인내의 시간을 견뎌 오늘 난 꽃길을 걸어 물가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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