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une 20, 2017

Lingering

마른 땅을 갈라지게 하는 날씨에 성격 착한 경비 아저씨 물호수를 들고  나무들에게 물을 주느라 아침이 분주하다. 그곳에서의 극심한 가뭄으로 오랫동안 뒷마당에서 자랐던 '에버그린 트리'라 불리는 나무의 붉은 죽음이 오랫동안 서있었던 삭막한 풍경이 마른 먼지처럼 일어난다.  사시사철 푸른 초록으로 서있었던 여덟 그루의 나무들을 말라 죽게 만들었던 가뭄과 여름날의 축 처진 게으름의 결과물의  그림은 처참했지 싶다.  낮은 밑둥만 흔적으로 남기고 나간  그 텅빈자리는 후회막심으로 남았었지 싶다. 착하고 인사 잘하는 경비 아저씨가 우두커니 서서 나무들에게 물을 주고 있다.

그곳에 두고온 노란집은 새주인과 함께 행복한 보금자리로 잘 있을까. 해마다 방문했던 시간이라 그런 것인지 그 그리움이 사뭇친다. 아침물가를 걸으면서도 그곳에서 보았던 꽃들을 생각했다. 폭탄같은 붉은 장미에 재패니스 비틀스가 날아들 시간이다. '샤론 로즈'라 불리는 무궁화들은 키를 더해 올망졸망한 모습으로 꽃을 품고 있을거나. 튼튼한 오스트리아 소나무도 더 멋져졌겠지.

향수병에 걸린 사람처럼 그 그리움이 찔떡하게 묵직하다. 파넬라 빵집에 들려 고소한 스프와 샌드위치를 먹고 커피 한잔을 할 수 있다면 행복하겠다. 그리고 '반스엔 노블스' 서점에 들려 미술 서적을 들쳐보는 장면이 선명하게 가슴으로 파고든다.  '로우스'에 들려 캔버스를 만들기 위해 잘생긴 각목을 골라 성실하게  분주했던 그 시간들이 왜 멈추어야했는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준비했던 그 '나' 다웠던 과정들이 두번 다시 경험할 수 없는 것은 아닌 것인지.

아직도 낯설은 이곳에서의 시간은 메마르고 건조하다. 나도 아파트 베란다에 있는 화분에 물이라도 줘야겠다.
A Whiter Shade of Pale, Procol Ha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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