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une 20, 2017

No Name

커피의 카페인을 줄인 탓인지 수면량이 많아진 것 확실하다. 새로운 환경에서의 낯설음은 활력소가 되어 밥맛까지 일으키고 있다.  물고기처럼 운동을 하였더니 자꾸만 동물의 살들이 먹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살빼서 흔들거리는 피골이 상접한 모양새를 애초에 꿈꾸지도 않았다. 식물처럼 가냘프게 흔들거리는 것이 두려움이지 싶다. 건강하게 기운찬 아줌마로 만족할 수 있다. 아프고 나서 얻게된 귀중한 깨달음이라 할 수 있겠다.

오랜만에 현대 미술사 책을 들고 잔글씨를 읽다가 문득 '돋보기'의 귀중함을 느낀다는 것은 나이듦에서 오는 사물의 가치 발견이다.  인상주의 작가로 유명한 마네, 모네, 고흐 그리고 고갱에 대한 글을 읽다가 잊혀져 가는 강렬했던 나를 보기도 했다. 희미하게 아득하게 멀어진 시간들은 정녕 아무 의미없는 것들로 보낼 것인지.

조각을 공부했다는 여인의 희미하게 번지는 미소에 마음을 열고,  예술을 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좀 알려주라는 말을 '훅'하고 내뱉는 내 자신이 싫었다.  홈스쿨을 하며 미술을 가르치는(?) 그녀는 일하는 즐거움을 알고 있는 듯 혼자 있어도 평안해 보였다. 전문가로서의 붉은 자긍심과 파란 비판정신 그리고 새로운 것에 대한 뾰족하게 날이 선 창의적인 생각들이 사라졌음을 슬퍼한다. 누군가 일부러 나에게로 부터 빼앗아 간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고집스럽고 어리석게 모른 척 게으름을 피우며 멸멸하고 있는 중이다.

술을 걸친 밤은 잠이 내린다. 배가 불러서 오는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늦은 밤산책을 하였다. 달걀 꽃이 밤이라 꽃잎을 닫아 안개꽃처럼 작은 모습으로 뿌려져 있다. 작은 꽃들을 꺽어 스튜디오에서 그림을 그렸던 시간이 떠올랐다. 2011년 새이웃의 집이 들어서기전 빈터에 높이 자랐던 달걀꽃들의 향연 그리고 그 그렸던 그림을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눴던 젊은 영문학도들과의 라이팅 시간이......

into my own
a horse with no name, A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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