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une 19, 2017

내안의 리듬

천천히란 뜻을 품은 '서'란  글자가 요즈음 처럼 살갑게 다가온 적이 없는 것 같다. 봄날에 넘어짐으로 인해 천천히 바닥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걷는 것이 조금은 부자연스럽고 나답지 않은 걸음이지만 아직은 천천히 걷는다.  앞으로 가볍게  뛰어 멀어져가는 젊은 여인의 검은 머리 큰 흔들림에 이제 내 삶에 '달리기'란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뛰어가는 그녀가 보지 못했을 작은 달걀 꽃들과  접시꽃이 조직적으로 햇님을 향해 나팔을 불고 있는 모습을 보며 조심스럽게 아침길을 걸었다. 뜨거워진 햇살에 참지 못하고 양산을 드는 용기를 내보기도 한 날이기도 하다. 천천히 걸어 수영장에 도착해서 조용히 옷을 갈아 입고 천천히 샤워를 하고 수업시간을  기다린다. 무엇인가를 배우고 익히는 일은 아직 가슴뛰는 일인 것 분명하다. 수영선수가 될 일은 아니지만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열정을 품은 만큼의 합당한 결과를 보기위해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수영영법 중에 '평영'이 제일 안되는 종목인데 회원님들 칭찬에 깜짝 놀라 당황스럽기도 하였지 싶다. 상체의 우아한(?) 리듬에 속아 물속에 있는 정체 모를 허접한 다리 폼을 못본 것 확실하다. 수업이 끝나자 마자 평영의 우아한 모습 보여달라며 조르는 회원님들의 칭찬을 뒤로하고 우아한 접영하며 도망가버렸다. ㅋㅋㅋ  단지 그녀들과 달라 보였던 우아함은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조용히 앞으로 갔음을 그녀들은 그것을 모르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느림이었지 싶다 리듬 못타는 뻣뻣한 다리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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