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March 08, 2017

Gray Ground

'현대 철학자 노자'란 인문학 강의를 들으며 밝은 시간에 만났던 타인들의 언행을 이해하고자 했는데 교육효과가 있었는지 엉뚱하게 외로이 노년의 시간을 꾸리는 주름진 아버지에게 전화를 드려야겠다는 착한 생각이 찾아 들었다. 공자는 씨앗을 품고있는 '인'이란 정의를 내리며 혈연관계의 진실성에서 '도'를 찾았고, 노자는 유와 무의 상생관계에서 '도'를 보았다고 한다. 늙은 아버지 자식들이 행복하라고 기도하신다며 건강을 걱정하신다. 나 또한 나의 아들들의 행복을 간절히 바란다. 근본적인 참의 세계인 것 분명하다.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혼자 종합병원에 다녀왔다. 이제 보호자(?) 없이도 이곳 대중교통을 이용해 원하는 곳을 다닐 수 있다. 수많은 시간이 쏜살처럼 지나가버려 가슴이 덜컹 내려앉은 느낌을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기로 한다. 어쨋든 모르는 사람들 구경을 많이 했지 싶다. 한번도 안면이 없는 철저한 타인들은 바쁘고 피곤해 보인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스마트 폰을 보지 않고 눈 동그랗게 지하철 아무곳에나 보고 있으니 그것 참 이상하게 못된 짓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만 스마트 폰 꺼내어 괜히 들여다 보며 일을 만든다. 

한 사람도 책이나 신문을 보지 않았다!

그래도 오래전 사람들은 종이 신문이라도 보았던 옛날 이야기가 떠올랐다. 스마트폰 하나가 삶의 형태를 바꾸고 점령하는 것을 새삼스럽게 인지 하였다. 대학 종합병원엔 언제나 사람들이 많다. 병원에서 출발하는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줄을 만들지 않았다.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들만의 질서와 규율이 있기를 바라고 누군가의 뒤에 줄이라 믿고 서있었더니 어디선가 사람들이 나타나 옆으로 줄을 선다. 과연 마을버스 기사님은 어디에다 문을 가져다 놓을 것인지 진짜 궁금했다.  기사님 마음대로 아무데나 버스를 세우니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며 자신들의 발들을 서로 올려 놓으려 자신들의 욕구를 전투적으로 보인다. 난장판이로세!

몰염치와 몰상식한 추태로 보이는 그림을 볼 때마다 '욱' 하고 올라 온다. 아무래도 남성 호르몬이 몸을 점령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병원 출입문을 붙잡고 한참이나 지나가는 아짐들을 위해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어 놀래 쳐다보았더니 외국인이다! 감사하다는 말한마디 없이 바삐 그 앞을 쌩쌩 지나가는 한국의 모습이 순간 창피했지 싶다. 그리고 돌아가는 마을버스를 올라타 앉아가기 위해 기사도 정신이나 선비정신 이런 것과는 거리가 완전 없는 그 무질서한 모습을 초라하게 보이는 그림은 가슴으로 부터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래저래 화가나는 요즈음이다.

그래, 다들 피곤한 모양이지!

다시 노자로 돌아가 어찌 이 팍팍한 세상을 살아가야 할 지 들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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