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February 16, 2017

Lining With Ducks

오리 한 줄
-신현정

저수지 보러 간다
오리들이 줄을 지어 간다
저 줄의 말단이라도 좋은 것이다
꽁무니에 바싹 붙어 가고 싶은 것이다
한 줄이 된다
누군가 망가뜨릴 수 없는 한 줄이 된다
싱그러운 한 줄이 된다
그저 뒤따라 가면 된다
뒤뚱뒤뚱하면서
엉덩이를 흔들면서
급기야는 꽥꽥대고 싶은 것이다
오리 한 줄 일제히 꽥 꽥 꽥

 아침신문속의 오리들이 꽥꽥 줄을 서고 있는 풍경을 보고 웃음이 번졌다. 물가에서 늘 보곤 하는 허구적거리며 줄을 따라 날개를 퍼덕이는 여인들의 궁둥이 그림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꽁무니에서 날개를 다듬는 난 뒤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리듬을 지키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뒤따라 뒤뚱뒤뚱하는 오리발들의 물속 힘찬 발차기를 존중하는 예의를 잊지 않기로 한다. 리듬과 발란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물밑 발차기 그림들은 조용하게 치열하다. 

엉덩이를 흔들며 앞으로 날아가고 싶다. 날기위한 팔젓기에 대한 의심이 균형과 리듬감각을 망가뜨린 것인지 간만에 물을 먹고 물기침을 하였다. 나름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자체의심이 들면서 두려움이 슬그머니 들어올려고 한다. 이럴 땐 더 연구전진하여 두려움을 이겨내야 하는 것 알고 있다. 그래서 난 더 날아 나아갈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며 물가에 가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체리필터, 오리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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