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February 12, 2017

Lingering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두마리의 흰두루미와 두마리의 살찐 오리가 있는 아침 풍경은 눕지 않는 갈대의 흔들림으로 겨울을 보내고 있는 것을 보았다. 방향없이 쓰러진 이름모를 잡초들과 달리 꼿꼿한 갈대의 줄기들이 속이 비어 강한 대나무들과 서성이는 방법이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바람에 흔들리기 위해 매듭이 더 유연하게 열려있는 갈대의 줄기들은 매서운 겨울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속이 비어있고 열려있는 매듭지음으로 연약하지만 강하게 생존하며 그 씨를 오랫동안 퍼트리고 있는 단아하게 색바란 모습은 아직도 그 지탱하는 뿌리를 자라게 하는 것인가.

갈대처럼 흔들거리는 모습을 한 성악가가 있었으니 그녀의 이름은 '신영옥'이다. 조수미와 신영옥의 시디를 사서 온집안을 아름다운 목소리로 채운 적이 그 옛날이 되버린 것은 아마도 고전이 되어버린 시디 플레이어가 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단아하고, 청초하고, 신비한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기대를 너무 크게 가진 것일까! 나이들어버린 그녀의 목소리는 아직 리릭 소프라노였지만 너무 성량이 작고( 음향시설 탓인가?) 드라마가 없어 쉽게 환호할 수 없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가 노래하는데 왜 감동이 오지 못한 것인지 이만저만 실망한 것이 아니다.

혹시 가지고 있는 귀가 저급한 사운드에 길들여져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닐까 자신을 의심해 보기도 한다. 아니면 줄이어 있는 음악회에 목소리를 관리하느라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일까? 목소리도 나이가 들었을 것이고 하니 같이 늙어가는 처지로 이해하기로 한다. 맑디 맑은 섬세한 소리를 감당하기 힘든 외적 상황탓이라 여겨버리기로 한다. ㅠㅠㅠ

신영옥, 주기도문

Winter Pink from Night Garden



0 Comments:

Post a Comment

<<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