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anuary 19, 2017

After Snow

-아침물가로 걸어가는 길에 보았던  작은 눈꽃 


깊은밤 눈내리는 소리는 나지 않았었다. 큰 눈이라고 해서 온세상이 하얗게 덮여 있을 것을 기대했었는데, 특히나 아침길에 마주치는 650년 묵은 느티나무가 선사할 오래됨의 품위가 하얗게 빛나는 자태를 보지 못함은 아쉬움이었다. 길에는 눈이 소복히 쌓여 뽀드득 소리를 낼 정도로 쌓였는데 어찌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뽀드득 뽀드득 앞서 걸어간 사람이 만든 길을 따라 아침을 걷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이었지 싶다. 아무도 걷지 않은 하얀 눈밭을 걸어 가고 싶다는 천진한 생각은 눈이 신발에 들어와 생길 불편함을 견딜수 없다는 어른스럽고도 야무진 판단력에 물러나고 말았다. 방수가 되는 신발이니 얼마나 다행인가 하며 신발에 묻은 눈을 탈탈 털어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초미세먼지가 섞인 눈이니 절대 눈을 만지며 놀아서는 안된다며, 하얀 눈속에 들어가 노는 아이들을 말리는 이야기를 듣는다.  눈이 내렸어도 아무도 눈싸움을 하지 않고 눈사람을 만들지 않는 공간에 살고 있다는 것을 새삼 불행하게 깨닫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흰눈이 내리면 가라지 드라이브 웨이에 쌓인 눈을 의무적으로 치워야 했던 그시절의 시간이 떠오른다. 어렸던 아이들은 눈을 삽으로 치우다가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고 그런 두가지 행위를 웬만하면 실현했던 것 같다. 물론 눈이 많이 내린 날은 학교가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행위들을 할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스쿨버스가 못다니고 또한 운전을 하고 다니는 학생들이 많은 것을 고려한다면 눈오는 날은 학교 문닫는 날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집에 갇힌 아이들이 무얼 할 것인지?  하긴, 겨울방학이 유난히 짧은 그곳의 학교는 1월 초에 봄학기가 시작했더란다. 

사람이 다니는 인도에 아무런 안전조치를 해놓지 않아도 이곳 사람들은 알아서 잘도 다닌다. 모래를 뿌리고 안전표시 하나 세워놓지 않아도 위험하기까지한 길을 잘도 다닌다. 연탄재도 구할 수 없으니 군데 군데 모래가 있어야 할 것인데 보이질 않는다. 길에 눈이 치워지지 않아 생긴 행인의 불행한 사고는 누구의 책임일까 쓸데없는(?) 물음표가 생긴다. 돌아다닌 사람 잘못인겨? 

눈길을 밟고간 물가는 여인들이 많지 않았었다. 돌핀킥의 느낌을 더 알고 싶었는데 오늘은 한팔 앞으로 호흡 접영드릴의 도전이 '훅'하고 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지루할 틈이 없이 본인의 한계를 깨닫게 하는 새로운 드릴이 주는 낯설음은 물가의 시간을 더 빨리 가게 하는 것 틀림없다. 한팔 옆으로 하는 호흡에 익숙했던지라 앞으로 호흡한다는 그 자체가 모든 흐름을  흐트려 놓은 것 같았다. 천천히 당황하지 않고 하면 될 수 있었는데 한참이나 질퍽되고  나서 깨달았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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