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February 02, 2017

Come and Go

어김없이 봄이 오는 길이다. 따뜻한 남쪽엔 단정한 붉은 동백꽃이 피어나 그 길을 반기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날이 풀렸지만 그늘진 도시의 구석진 길들은 아직도 빙판길을 벗기지 못하고 있었다. 미끈거리는 아찔함을 겪으면서도 아침 물가를 다녀왔다. 작은 이야기가 있는 물가의 풍경은 때로는 입술 깨무는 침묵이 필요할 때가 있다. 날마다 바라보는 사람들이라 그만큼의 적당한 거리와 상식적인 예의가 결핍되었을 때는 순수한 기쁨을 누릴 수가 없는 것을 때때로 경험하기도 한다.

침묵하고 싶은 날이 있다.

묘한 상실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지?

세탁기를 돌리고, 밀린 설거지를 하고, 참깨를 밀패용기에 넣고, ...... 관리 사무실에서 수리사가 나올 때를 기다리고 있다. 소소한 집안 일을 하고나면 오늘 하루도 어제처럼 그렇게 아무런 창조적 결과물 없이 빠져 나가는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함이 묵직한 소리를 내며 언제 화가다운 시간을 가질 것인지 귀찮게 묻는다.  과연 무엇을 질문하고 답하고 살고 있는가를 보게되면 온통 물가에 온정신 빠진 사람같다.  물으니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즐거움 그리고 그 즐거움으로 자신의 능력을 확장시켜 나가는 기쁨을 지금 물가에서 느끼고 있나보다.

알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도 꿈같은 예술의  길을 열심히 열고 나갔던 40대의 보석 같았던 시간속의 나와 여기 지금 예술에 대한 일종의 자기혐오증을 겪고 있는 일상속의 초상에서 생기는괴리감을 어쩌란 말인가. 어쩌면 물가에 열심을 내어 가는 강력한 이유이기도 하며 그래서 나를 지탱하게 만드는 셀프 치료를 온몸을 물고기처럼 움직여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 5 원소, 광란의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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