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The Corner in My Garden, Mix Media, 40x40 inches
울긋불긋한 단풍을 입은 십일월의 날들은 풍성하고 아름답다. 당장이라도 붓을 들고 풍경화를 그리고 싶을 만큼 그 경치가 시처럼 운치가 있고 가슴이 시리다. 추운 겨울이 오고 있다는 것을 습관처럼 알고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날씨가 얼어붙은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초미세먼지가 가장 두려운 겨울의 시간을 통과하는 것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몇번의 겨울을 나름 잘 보내지 않았던가!
루브르를 다녀온 인문학자의 책은 한번 더 시간을 만들어 읽어 볼 생각이다. 10년 동안 거주하며 쓴 책이라고 하기엔 왠지 싱거운 맛이 드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프랑스 작가가 쓴 감성주의 자에 대한 책 또한 좀 실망스러운 것이 이 책 또한 일본 심리학자들의 책보다는 마음에 담기질 않는다. 결국 책을 덮고 북한산 둘레길을 걷는 것이 더 나을 듯 싶다. 그래, 걷는 것이 나에게 더 유익할 것이다.
북한산 둘레길을 힘들게 찾아 갔지 싶다. 새 소리 나고 물 소리 나는 둘레길을 상상했던 탓인지 북한산 둘레길이 소란스러워서 우리집 뒷산이 그립기까지 하였다.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것인지 시끄럽고, 어디선가 유행가 소리 크게 들려오는 둘레길에 그래도 푸른 소나무들이 푸른 하늘을 이고 서 있었고, 고급스런 가을 빛 곱게 물들인 나무들이 이파리를 떨구고 있었다. 사방에 다시 가을이 온 것이다.
아파트 창밖으로 보이는 가을빛은 참 아름답다. 오늘 밤 비가 내리고 나면, 겨울로 서 있을 나무들을 보는 것은 추운 일일 것이다. 유난히 값이 오른 배추로 김장을 하고 나면, 올해 월동 준비 끝이라 할 수 있을까 싶다.
감사할 몇가지를 떠올리자면, 좋은 사람과 맛난 점심과 커피를 나눌 수 있었던 것, 무엇보다 두 눈을 마주치며 대화할 수 있었던 것, 옷가게에서 필요없는 쇼핑을 하지 않은 것 ㅋㅋㅋ, 전화해서 수다 떨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 물가에서 침묵할 수 있었던 것 등등.
0 Comments:
Post a Comment
<<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