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November 26, 2015

Rose with a Snow Hat


아침 길에 눈모자를 쓴 장미를 만났다. 두고온 장미 생각이 났기도 하였다. 추수 감사절이 있는 그곳의 시간이 벌써 아득하게 느껴지긴 하지만서도,  주인없이 겨울을 맞는 장미들을 가지치기를 했어야 했다.


장미를 생각하며
이해인


우울한 날은
장미 한 송이 보고 싶네

장미 앞에서 
소리내어 울면
나의 눈물에도 향기가 묻어날까

감당 못할 사랑의 기쁨으로
내내 앓고 있을 때
나의 눈을 환히 밝혀주던 장미를
잊지 못하네

내가 물 주고 가꾼 시간들이
겹겹의 무늬로 익어 있는 꽃잎들 사이로
길이 열리네

가시에 찔려 더욱 향기로웠던
나의 삶이
암호처럼 찍혀 있는 아름다운 장미 한 송이

'살아야 해, 살아야 해'
오늘도 내 마음에 
불을 붙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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