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ugust 17, 2010

건널목

대학원 워크샾 첫날을 보낸 저녁엔 산보도 가지 못했다. 그 피곤함이 김치 묵고 밥 묵고 해서 더 무거워지더니 결국은 내일을 위해 빨리 잠자리에 들며 살로 쪘던 모양이다. 제발 푹 잠들게 해달라며 무거운 몸 누였으나 파란 알맹이의 약은 효과가 더디었다.

오래전, 이에스엘에서 만났던 샘들의 다시 강의를 들으니 반갑기도 하고, 시간이 흐른 만큼 내 영어가 발전했으리라 기대하는 님들에게 입을 열어 영어를 내뱉기가 무서웠다.ㅎㅎㅎ 삐식 웃으며 지나가는 수 밖에. 난 말없는 여자.

기차 건널목을 건너기 전 반짝이는 빨간 신호등을 만났다. 두세대의 차가 이유없이 정지된 이유를 참을 수 없어 일종의 무단횡단을 감행하였다. 내줄 제일 앞에 서있는 나도 결정을 해야한다. 건너야 되는가 아니면 그냥 한정없이 기다려야 하는가! 공모할 차 없수? 두리번 두리번!

머리가 흰색인 미제 할아버지 참지 못하고 선을 넘어 막고 서있는 정지대(?)를 비껴가며 건너 가버린다. 이제 내가 결정을 해야 한다. 라디오를 끄고 어디서 기차오는 소리가 나는지 쫑긋하며 간떨리게 건널목을 지났다. 작년 언제도 무작정 내려져 있는 정지대를 이렇게 벗어난 경험이 있어 남따라 감행을 했지만서도 이럴 땐 정말 난감하다.

난 신호등을 잘 지키는 착한 사람이다. 파란불이면 가고 빨간불이면 멈추고 그런데 빨간불이 반짝이고 정지대가 가로막는 기차 횡단 건널목에서 어찌해야 하는가. 신호에 대한 충돌이 거세게 일던 건널목을 지나 딜린저를 달리면서도 두근거림이 가시지 않았다.

딜린저길의 옥수수는 갈색으로 타들어가고, 콩밭은 이제 황금빛으로 가기전의 짙은 푸른색을 하고 있었다. 나의 해바라기들은 겸손하기 그지없어 무거운 머리들을 들지 못하고 땅만 바라보는 것이 어찌 심란하던지... 그냥 단순하게 균형잡힌 머리를 하늘을 향해 들고 있는 작은 머리 해바라기들이 훨 나아 보였다.

이제 여름과 가을의 건널목을 지나고 있다. 잡아 땡기는 근심 걱정 떨쳐버리고 뜨거운 열정 하나로 건너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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