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손
피부가 얇고 살이 없는 나의 주름진 손은 오래된 시간을 솔직하게 그대로 드러낸다. 나이 먹은 것을 감추지 못하는 손등엔 파란 심줄이 튀어나오고 게다가 멜라닌 색소들이 여기저기 보이는 손은 어김없는 '할머니 손'이다. 가끔 거울을 봐야 볼 수 있는 웃는 얼굴과 날마다 육안으로 직접 보게 되는 쭈글한 손등이 보여주는 노화의 구체적인 증거는 다르게 느껴진다.
'멜라닌 색소'는 유전적인 것으로 시간과 물질을 부지런히 끊임없이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잡티 없는 하얀 피부를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는 문화속에 살다보면, 관리되지 않은 얼굴의 잡티가 가끔은 '부끄러움'을 주기도 한다. 과학의 힘을 빌린 잘 관리된 얼굴과 몸매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가 자신에게 물어본다. 자연스러움을 사랑하던 나의 '당당함'은 어디로 갔는가.
여름이어도 얇은 긴소매 옷을 입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하여도 드러나는 유전의 힘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축적된 경험은 나에게 말한다. 손목에 검버섯 한 개를 제거했더니, 시간이 지나 더 많은 갯수의 검버섯을 데리고 오는 나의 피부는 유전의 힘이 강하다.
'그냥 자연스럽게 살라고?'
하지만 문득 과학의 힘을 빌리고 싶은 순간이 내게도 있다. 활동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인지도 모르겠다. 남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여름이 다가오는 지금에라도 없애고 싶은 마음이 든다. 지난 겨울, 바글바글한 피부과에서 시술을 받지 않았던 게으름을 느닷없이 오늘 아침 나무란다. '왜 갑자기 손등에 눈이 자꾸 가는 것이지......' 쭈그러드는 자신감이 검버섯 몇개 제거해서 생긴다면 기꺼이 하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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