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November 13, 2023

흐물흐물, 뒹굴뒹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생각 보다 훨씬 피곤한 일이다'

이른 아침을 먹고, 옷을 챙겨 입고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이런 수고로운 일련의 과정이 나를 일어나게 하는 것이었다. '무기력'으로 흐물흐물한 멍한 상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일단 푹신한 쇼파에 앉지 않아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참 편할 것 같은데...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 깨닫게 된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참으로 피곤한 일이다

흐물한 상태를 좀 챙겨서 뒹굴뒹굴거리고 있자니, 자신에게 허락한 '독방'의 징벌이 생각났지 싶다. '뒹굴뒹굴' 힘없이 나뒹구는 낙엽처럼  TV 리모트 콘을 들고 이 채널 저 채널 돌리다가 결국은 자극적이고, 선정적이고, 난폭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드라마 세상으로 들어가고 만다. 

4부작 드라마 시리즈를 보며 잠시나마 '불안'을 잊었을까. 어라, 혼자서 잘 노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열정이 낙엽처럼 땅으로 떨어져 뒹굴뒹굴. 청소부 아저씨가 빗자루로 싹싹 쓸어가버린 모양이다. 

무작정 친구에게 전화를 걸기에 적당한 날 아닐까. 누가 나처럼 집안에서 '징벌적 고독'을 안주 삼아 냉장고를 털고 있을 어리석은 사람이 또 있을까.  운동을 하러 갔거나 취미 생활을 하러 갔겠지... 

내 '고독'은 내가 셀프로 감당하는 것이 마땅하거늘... 실내 자전거에 올라타 몸을 움직이고 나니 기분이 한결 낫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은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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