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었다 입었다
아침 출근을 하기 전에, 집에 있는 AI 인공지능 스피커에게 모든 아침이 그러하듯이 날씨를 물었다. 어제 보다 기온이 '10도가 떨어진 날씨'라고 하는데 그 숫자를 체감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10도가 떨어진 날씨에 적당한 옷차림을 하기 위해 옷부터 챙겨본다. 비가 내린 후 '초겨울' 날씨가 된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그 날이 당도하고 보니, 옷을 '들었다 놨다' '벗었다 입었다' 그 숫자가 말하는 초겨울의 온도를 맞추는 것은 쉽지 않다. 난 숫자에 약하다! 인공지능이 더 아날로그적으로 인간 냄새가 나게 말을 했더라면 좋았을것을. '작년엔 무엇을 입었드라...'
좀 더 두꺼운 옷을 챙기고, 옷을 더 껴입고, 목도리를 챙기고,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쓰고, 발목이 더 긴 양말을 신고...밖으로 나오니 반은 성공이고 반은 실패다. 살이 차올라 겨우 껴입고 다니는 청바지가 차갑게 느껴진다. '청바지 속에 어떻게 내의를 껴입지?' '더 널널한 바지를 찾아야 하겠구나...' 목과 등은 따뜻한데 겹치기 입기가 덜한 부분인 어깨와 팔이 찬바람에 체온을 빼앗긴다. 작년 겨울 동안, 국민 겨울 옷이라 할 수 있는 '오리털 잠바' 입고 목도리 둘둘 감고 겨울을 보냈던 것이 떠오른다. '겨울엔 무슨 멋, 따뜻하면 최고지!'
다행히 어제 내린 비로 미세 먼지 없는 공기는 청량하다. 하지만 추울 것 같아 마스크를 벗지는 않았다. 지금 두려운 것은 초겨울의 추위와 함께 오는 '감기' 그리고 자신의 게으름을 보여주는 주체하기 힘든 넘쳐나는 살이다. 추운 날씨에 넘쳐나는 지방이 도움을 좀 줄까 했는데 그렇지 않다며 썰렁한 유머를 셀프로 해본다. 추위를 떨쳐 버리기 위해 바쁜 걸음을 하여 지하철에 올라탔더니, 겨울 지하철을 이용하다 보면 방한용 두꺼운 옷때문에 지하철 내에서 땀을 흘리곤 한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사람들이 많은 지하철 안에서 두꺼운 옷을 벗을 수도 없을 것이고...다행히 지하철 바람은 아직 서늘하였다.
무사히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 정거장이 있는 지상으로 올라오니 그야말로 날 것인 겨울 바람이 온 몸을 불어댄다. 버스 정거장에 차디찬 겨울 바람을 막아줄 방한 커버가 설치되어 있지 않음을 새삼스럽게 인식하였다. 정거장 의자의 냉냉함에 몸을 앉히는 대신에 서성이며 정거장 부근을 '요리 조리' 움직이며 '자체 발광'을 하였나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 바람은 차가울 뿐이다. '다시 지하철 역 안으로 숨어 들어갈까?' '내일은 '장갑'을 챙겨야 하고 얇은 옷을 더 겹겹이 챙겨 입어야겠다.'
바람이 없는 따뜻한 버스에 올라타 앉아 있노라니, 공중 도덕에 대한 개념이 없는 사람이 자기 집 쇼파에 앉은 줄 알고 전화 대화를 멈추지 않는다. 듣노라니 비상사태도 아니고 그냥 안부 전화이다. 누군가 '저항'하는 사람 없다. 어제 퇴근 길에 보았던, 좌석을 두 자리나 차지하고 앉아서 비켜주기를 억지로 하던 무례했던 사람의 태도까지 생각이 나서 불쾌감이 갑절로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 눈으로 나쁜(?) 표현을 하며 눈치를 주었지만 그 사람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다 듣고 있는 버스 안에서 전화통화를 하겠어...들리는 말소리는 개소리, 개가 떠든다고 생각하자...이쁜 개보다 못한...개념 없는 사람. 찬바람 보다 공중장소에서 무개념의 행동을 일삼는 사람들의 행위에 더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기도 하다. 공중 도덕은 어디서 가르쳐야 할까? 버스에서 내리니 세상이 조용하다. 초겨울 한파와 '무뢰한'에 놀라서 아침 길에 만나는 나팔꽃 호박꽃을 전혀 쳐다보지 않고 출근을 했다는 것을 인지하였다. 그려, 너무 이래저래 추워서 쳐다 볼 '여유'가 없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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