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October 26, 2023

있는대로, 없는대로


출퇴근을 하다가 자주 보게 되는 꽃이  청보라빛 나팔꽃(모닝 글로리)으로, 꽃말은 '기쁜 소식'이라고 한다.  여름이 지나 가을 그리고 겨울이 다가오는 시간에도 귀여운 나팔꽃들이 지치지도 않고 청보라빛 아침 나팔을 분다. 장미를 좋아했던 내가 귀엽고 예쁜 청보라빛 나팔꽃에 눈길이 이리 오래 머물지 몰랐다. 나이를 먹으면 관심의 대상이 바뀌는 것이 당연하긴 하지만서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사람의 손길로 관리되지 않음에도 열심히 살아가는 이쁜 나팔꽃들의 합창은 어떤 시각적인 메세지를 주는 듯하다. '그려, 이 아침에 너를 보는 것이 기쁜 소식이로다'. 담벼락 구석진 곳, 가시 많은 장미밭, 차디찬 울타리, 오래되고 낡은 나무에서도, '지지대가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때로는 셀프로 자신의 줄기를 두줄 세줄로 만들어 감고 감고 뻗어 나가는 나팔꽃의 지속력은 끝이 없는 듯하다. 

무엇이 그토록 끊임없는 지속력을 주는 것일까. 향기가 없기도 하고 험한 야생에서 살아남는 강인함에서 '남자의 혼'이 나팔꽃으로 태어났다는 설화가 생기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아침에 피었다가 낮에 금방 나팔을 접어버리는 습성으로 일명 '바람둥이꽃'이라고 불리기도 한단다.
 
아침 출근길을 반겨주는 귀여운 청보라빛 '나팔꽃'은 꽃집에서 파는 어느 꽃보다 이쁘고 아름답다. 출퇴근을 오가며 만나는 나팔꽃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넌 너라서 완벽하고 내겐 기쁨이다. 아무래도 자꾸 바라보다 청보라빛 나팔꽃에게 빠져들고 만 것 같다.

0 Comments:

Post a Comment

<<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