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October 16, 2023

심심

 무더운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면,  가슴 가득 맑은 공기가 불어와 행복감에 휩쌓일 것 같은데 왜 견디기 힘든 '피곤함'과 '불안함'을 동반하는 '무기력'을 느끼는 것일까. 가을 나무처럼 햇살이 약해져서 광합성을 제대로 못한 탓일까. 우울하고 무기력한 단어를 내밀기엔 가을 날이 너무 청명하지 않는가. 가을의 맑고 화창한  햇살을 받으며 걸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데, 나의 무기력은 가을 햇살 아래 걷는 것도 소용없나 보다. 

극한 찜통 여름을 잘 견뎌낸 강인한(?) 자신은 여름 따라 떠나 버리고, 갑자기 가을 바람이 다른 연약한(?) 자아를 데려와 대신 들어 앉힌 느낌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일상의 생활 흐름이 활기차지 못하고 축 늘어지는 것은, 아마도 나이 들어가는 자신에게 '충분한 휴식'을 제공하지 않은 탓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집을 떠나 환경이 바뀐 곳에서 잠을 설쳐야  했던 시간이 연이어 이어지기도 하였고, 빡빡한 여행 일정을 젊은 사람처럼 소화하는 것도 힘들었을 것이다. 

'변화'를 준다는 것은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 틀림없다. 이제  나이 들어 주름만 생기던 얼굴에 트러블과 이름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피부의 이상 증세도 생기고, 기억 나지 않고, 만든 적 없는 상처도 생기고...엉망진창이다. 환절기라서 그런 모양이다.  할 수 없이, 얼굴에 '화장'을 하고 기분 전환이라는 것을 시도해 본다. '변장' 내지 '가장'을 한다고 해서 집을 나간 '자신감이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냥' 무기력에게 자리를 내어 줄 수는 없다. 뭐라도 해봐야 한다.

읽어내야 할, 보기만 해도 부담스러운, 수북이 쌓인 신문들을 '미련 없이' 쓰레기통에 집어 넣었다. 그날 그날 신문을 읽지 못할 정도로 바쁜 날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여름 옷들도 정리해서 집어 넣어야 하고, 여행의 뒷모습을 간직한 냉장고 정리도 해야 하고...

일상의 기본을 챙기는 '집안'이 정리가 되지 않으니 마음이 심란한 모양이다. 힘들더라도 '정리'라는 것을 먼저 하고 볼 일이다. 겨울, 봄, 여름 동안 즐거움을 주었지만 말라 비틀어져가는 콜레우스 식물도  정리라는 것을 해주어야 한다. 뭔가 가득차 넘쳐나는 느낌도 불안하고,  말라 비틀어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심란하다. 

냉장고를 정리하고, 화분을 정리하고...할 일이 너무 많아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지친다. 그냥 쉬면 안될까. 혹시 어디 아픈 것은 아닐까. 왜 이리 의욕이 떨어지는 것이지.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왜 그렇지? 어제는 낮에도 걷고 밤에도 걷고 나름 조절을 한다고 했는데...

무기력에 비례하여 머리가 돌아가지 않고 마음은 허하고 빛나야 할 창의력은 번쩍이지 않는다. 그래, 월요일이잖아! 살다보면 이런 날들도 있다. 그려, 무기력 해보자. 심심해서 만든 이미지로 그냥 웃는다. ㅋㅋ 어쩌다가...

                                          '소금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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