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October 05, 2023

손가락이 주머니에 들어간 날

 집에서 나오기 전에 날씨도 체크하고, 최선을 다해 옷을 '입었다 벗었다' 나름 '노력'이란 것을 하였음에도, 집 밖은 갑작스런 가을 바람으로 모든 것이 흔들리고 있음이다. '전날보다 5도나 온도가 내려간다'는 사실에 부합되는 내 몸에 맞는 최적화를 했어야 했는데 오늘 아침 난 실패한 것이다. 온 몸을 파고 드는 쌀쌀한 가을 바람에 '오징어가 연탄불에 구어지는 것처럼' 움츠러 들고 말았다. 

회색빛 가는 머리카락이  찬 바람에 마구 춤을 추고,  미처 바꿔 신지 못한 여름 운동화의 겉면은 찬 기운을 여과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스카프'를 하지 않은 목은 썰렁함에 힘을 주느라 굳어진다. 지나가는 거리의 사람들을 바라보니, 다들 옷을 따뜻하게 껴입고 나왔다. '감기'에 걸릴 것 같은 두려움에 '온 몸'을 붙잡고 바삐 걸었지 싶다. 

칼 바람이 목 주위로 타고 넘어와 몸안으로 스며드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실수를 하다니! 가방 안에 가벼운 스카프 하나만 챙겼었더라도 공포의 출근 길이 되지 않았을 것을.  '바들바들' 떨며 바삐 몸을 움직여 걸어 가는 중에도, 손가락이 안으로 굽어지는 것을 느꼈다. 슬금슬금 '주머니'를 찾아 들어가는 손가락! 어찌 이렇게 '갑작스럽게' 추워질 수가 있단 말인가. 지난 밤에 내린 '가을비'를 기억해 내지 못한 탓이다. 

어라, 성실하게 '양산'까지 들고 밖으로 나오지 않았는가. 이런 쌀쌀한 날씨에 한여름 양산을 들고 햇빛을 피해 걷는다는 것이 부자연스러웠다. 도저히 양산을 펴서 가릴 수 밖에 없는, 더 이상 뜨거운 아침 태양이 아니었다. 거리의 가로수들은 아직도 푸른데...그렇고 보니, 휘몰아치는 바람에 힘없이 쓸려 모여든 낙엽들이 길모퉁이에 나뒹굴고 있다. 나무들이 아직 나뭇잎들을 떨구어내는 시간은 아니 되었는데......내 마음이 아직 바람 부는 가을이 아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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