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도 있겠다
동네 공원에서 옛날엔 유명세를 날렸고 지금은 방송에서 자주 볼 수 없는 가수들이 나오는 공연을 보게 되었다. 성능이 탁월한 스피커는 하루 종일 리허설 연습을 생중계하며 온 동네에 '축제'라는 것을 알리는 듯 하였다. 밤 하늘에 떠있는 달은 칼로 '뚝' 잘라 놓은 듯 반달의 모습이지만 이미 축제는 보름달 잔치다. '추석 명절'을 앞에 두고 지역구에서 중점 특화된 문화행사를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있는, '시민 친화형'으로 나름 마련하였다고 한다.
구름이 아직 차오르지도 않은 반달을 가린 밤이지만, 아득하게 흘러간 옛 노래를 들으며 타인들과 어울려 공감하고 함께 감동을 받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아 집을 나섰나 보다. 잘 생기고 노래 실력이 좋은 가수로 이름이 있는 젊은(?) 가수가 노래를 하니 젊은 팬들이 소리를 지르며 분위기가 뜨겁다. 높은 명성에 맞게 그의 노래는 통 기타 하나로도 멋졌지 싶다. 젊다는 것이 좋은 것인가 아니면 진정 노래를 잘한 탓인가. 청중을 빨아들이는 흡수력이 대단했지 싶다.
하필 그 젊은 남자 가수 뒤로 나이 지긋한 여 가수가 등장을 하였다. 추석 명절을 앞둔 무대에 와서, 너무나 낭만적으로 너무 슬픈 노래를 굳이 불러야 하는 사연이 무엇이었을까. 구름도 없는 가을 밤에 울려 퍼지는 나이든 여 가수의 노래는 슬프다. 사람들이 축제의 들뜬 분위기를 가라 앉히지 않으려고 저마다 박수를 치며 젊었던 날들과 어린 날들을 추억하며 호응하려 애를 쓴다.
목소리 높여 소리를 지르고 응원한다고 했는데도 분위기는 뜨겁지 않다. 마침내 그녀를 대표하는 노래가 나오자 이상하게 '안도감'을 느끼고 말았다. 힘껏 환호를 하고 '앵콜'까지 외쳤는데..... 그녀의 노래가 끝나고, 무대 총괄 지휘를 한다는 다음 가수로부터 청중들은 '꾸중'을 들었다. '누구는(젊은 가수) '앵콜'하고 누구는 '앵콜'을 하지 않냐'는 말에 아무리 '배려'를 한 말이라해도 책임있어 보이는 사람의 멘트치곤 유치하고 그리고 열심히 호응한 관람자들을 '멍'찌게 만들었지 싶다.
품격도 없고 흥도 없는 분위기?
쇼가 끝난 후, 우뢰와 같은 박수 소리와 '앵콜'소리가 가을 밤을 찌르는 상상을 해보았을 것 같다. 그럴 수도 있겠다. 가수의 무대가 끝나고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멋진 반응이지만 그렇다고 굳이 지적질을 하며 청중을 꾸지람까지 하는 것을 '애교(?)'라고 받아줘야 되는 것인가. 나이가 지긋하고 어떤 감투를 쓰면 청중에게 '잔소리'를 해도 되는 모양이다. 그려, 그럴 수도 있겠다.
가을 밤 기운을 빌려 있는 힘을 다해 '앵콜'하고 싶은 들뜬 마음이 갈 곳을 순간 잃었지 싶다.굳이 '무료 관람'이라고 생색을 내고, 대신 박수 잘 치라고 하는 노골적인(?) 멘트도 기분이 불쾌했지 싶다. 시에서 적당한 댓가를 지불하고 가수를 초청하여, 시민들이 모여 무대를 함께 즐기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무대를 바라보는 청중들에게 관람료를 운운하며 박수치라고 유도하는 과정은 거슬렸지 싶다. '돈 내서 박수 안치는 것 아니고, 돈 안내서 박수 치는 것 아니다.'
'열린 무대'이다 보니, 술을 걸친 어르신들이 쇼를 매끄럽게 운영하는 것을 방해를 한 모양이다. 청중이 다 듣고 있는 마이크에 입을 대고 경찰을 부르겠노라 협박하고 웃고, 공권력이 투입되는 쇼로 기억되겠다는 등 웃음거리로 승화하고, '막걸리 3병' 가지고 와서 입을 막아 버리라는 말을 온 청중이 듣도록 서스럼없이 하는 과정은 웃기면서도 슬펐지 싶다. 지역 축제이다 보니 음주 청중들이 있을 것이고 미리 사전에 대책을 세우고 매끄럽게 끌고 나가면 될 것을 굳이 축제에 온 모든 사람들이 듣도록 한단 말인가.
노래를 불러야 할 가수 입장에선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려......'
그래도 감사하고 싶은 것은, 나의 묵은 마음이 '모처럼' 시원하고 칼칼한 묵은 노래에 힘껏 소리를 내어 가을 밤을 '실컷' 가득히 '낭만'을 채웠음이다.
0 Comments:
Post a Comment
<<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