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September 23, 2023

선물 찾기

 하늘은 푸르고 흰 구름이 둥실 떠있는 전형적인 가을 날이다. 극한 여름을 보낸 후라 이 청명한 가을 날이 '선물'을 받은 것처럼 행복하다. 찜통 더위가 없었다면 이렇게 '좋은 날'의 가치를 알게 되었을까만은, 날씨님이 좋으니 덩달아 기분이 맑아지며 하늘처럼 드높아진다는 것이다.

사용 기한이 임박한 별다방 쿠폰을 사용하기 좋은 날이다 싶어, 아직 읽지 못한 책과 돋보기를 챙기고 커피를 마시러 갔다. 카페에서 몇 시간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그런 작업을 하기엔 별다방의 에어컨 바람은 치밀한 의도(?)를 의심할 정도로 너무 시원했다. 걸치고 나간 옷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냉방 온도는 '냉방병'으로 끌고 들어갈 것 같은 두려움을 주기 충분했지 싶다. 할 수 없이 '주섬주섬' 물건을 챙겨 따뜻한 거리로 나가 '도시의 가을 풍경'을 누리기로 계획을 바꾸게 되었다. 

밖으로 나오니, 많은 사람들이 가을 축제 행사가 열리는 거리로 나와 있었다. 여기저기 축제에 대한 현수막이 걸려있고,  무대와 조명이 설치되어 있고 그 주위로 출연자들이 환복을 할 수 있고 대기할 수 있는 텐트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에 '축제'의 규모를 엿볼 수 있었지 싶다. 반짝이는 한복을 입고 무대 화장을 진하게한  나이 지긋한 출연자들이 분주하다. 추석 명절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풍물놀이' 행사에 참여 하는 분들로 짐작이 가는 차림이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연습'하고 다듬고 하였을까나.' 팀원들 간에 화합이 하루 이틀만에 이루어졌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조화로운 하모니를 이루기 위해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란 란 싯구처럼 함께 하는 여정속에 만났을 벼락과 번개를 맞기도 하고 자신들의 한계를 이겨내며 '지금 여기'까지 왔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사회라는 무대에서 밖으로 밀려나는 것일진데, 지치지 않고 그리고 내려놓지 않고 열심을 다해 열정을 불태우며 앞으로 정진했을 모습을 생각하니, 그 진한 무대 화장이 전혀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았다.

별다방 에어컨 바람이 심하게 차갑지만 않았으면 좋은 볼거리를 놓칠 뻔 했다. 지역 사회 사람들이 축제를 즐기러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풍경은 아마 오랫만에 보게 된 것 같다.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혹자는 사랑하는 강아지를 데리고 깽과리와 장구와 북소리가 어울리는 어느 좋은 가을 날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즐거움으로 들뜬 사람들 사이로 걷고 있자니, 막걸리 한잔을 걸친 붉은 얼굴의 사람들이 깽과리와 장구 그리고 태평소(날라리)나팔로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흥판을 벌리고 있다. 프로다운 '희귀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 아주 서민적이고 평범하고 보통적인 모습으로, 누가 보든지 말든지 '그냥' 자신들의 '흥'을 이기지 못하고 벌리는 판은 인상적이었지 싶다. 

빛나는 조명과 올려다 보이는 무대는 경력이 화려하고 유능한 젊은 사람들 차지가 되어 큰 스피커 소리로 꽝꽝거리는 것과 달리,  자신들이 있는 길거리 한 구석에서 (지칠 것도 같은데 알딸한 술기운에 더 힘을 낸것인지) 얼굴이 붉어져 터질 정도로 숨을 참고 있는 힘껏 나팔을 부는 모습에 눈물이 '핑'돌고 말았다.

 '라이브란 이런 것이다!'

아무리 멈칫거리는 가을이라고 해도 마침내 어김없이 오고야 말았다. '행복도 하나의 '발견'이다'라는 어느 님의 글귀가 생각이 나는 오늘이기도 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이란 여정속에 선택했던(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모든 것들은 동전의 양면처럼 앞면과 뒷면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긍정적으로 때로는 창의적으로 '선물'을 찾아내기를 포기하지 말기를 이 맑고 푸르른 날에 셀프로 부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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