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같은 수요일
'월요일 같은 수요일'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어중간하고도 '애매한' 날씨때문에 무엇보다 '감기'에 걸리지 않게 옷을 챙겨 입는 일에 신경을 써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창문을 닫고 있긴 갑갑하고, 열고 있으면 찬 바람에 놀라 겉옷을 걸쳐 입어야 한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아직 여름옷을 입은 사람과 얇은 옷을 겹겹이 껴입은 사람들이 혼재한 모습으로 각기 저마다에 맞는 가을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한 사람도 같은 옷을 입지 않은 사실이 문득 신기롭게 다가왔지 싶다.
추석연휴를 길게 보낸 탓으로, 출근길이 힘들었지 싶다. 쌀쌀한 기운에 놀라 챙겨 입은 옷도 더운 느낌을 떨쳐 버리기 어렵고, 숫자를 늘린 무게감은 상쾌하지 않고, 모든 것이 별로 재미없는 날, 그런 날이 오늘이다 싶다. '월요일 같은 수요일이기 때문이다.'
가을을 타는 것일까. 괜시리 '술한잔'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 날이기도 하다. 지하철역 앞에서 다듬어진 도라지를 사와서 '새콤달콤'하게 무쳤다. 무치는 동안에 돌아가신 친정 엄마 생각을 잠시 하기도 하였다. 생일이면 빠지지 않고 해주신 도라지 무침이다. 물론 친정 엄마는 오징어와 오이를 함께 넣어 '오도독' 소리가 나게 무쳐 주셨다. 그리고 막걸리로 만든 식초를 넣었기에 난 절대 흉내낼 수 없는 맛이기도 하다.
지금 여기 나는 '도라지 무침'에 '막걸리 한잔'이면 될 것 같은데...살다보면 그런 날이 있다. 이제 세월을 머금어 '술도 맘껏 마시지 못하는 경지'에 이르렀음이다. 술을 마시면 조금은 기분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술을 마시면 용기를 내어 하고 싶은 말을 내놓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술을 마시면 못난 자신을 용서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술을 마시면 툴툴 털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어쩌다가 술도 못마시게 되었을까나...
ㅋㅋㅋ 술타령 하고 있자니 정말 '술'이 마시고 싶다.
도라지 무침에 밥을 먹고 말았다. ㅋ 그래서 술주정뱅이 대신에 배불뚝이 되고 말았다. 알콜중독을 피한다고 한 것이 그만 '탄수화물 중독자'가 되어가는 느낌이 든다. 많이 먹으면 가끔 취하기도 하는 것 같다. 만사 귀찮고 늘어져 있는 것이 증상이 비슷하다. 위장에 음식이 가득차도 뭔가 허하고 이상하다. 그려, 가을을 타는 것이 분명하다.
살다보면 그런 날이 있다. 만사가 심드렁하고 귀찮고 의미가 없어 보이는 그런 날 말이다.
뭐라고? 너무 먹어서 그렇다고? ㅋㅋ
오늘 하루 '감사할 일'을 찾지 않아서 그런 가 보다. 감사할 일 찾아보고 글을 맺어야 할 것 같다. 비온다고 우산 챙겨 나가다가 햇님 만나서 양산 들고 나간 것 감사, 지하철에서 빈 자리에 앉아서 출근 한 것 감사, 스마트 폰 들여다 보다가 버스 늦게 탔는데도 내 자리가 있어서 감사,무사히 업무를 마쳐서 감사, 점심으로 가져간 그릭 요구르트가 괜찮아서 감사, 싱싱하고 맛좋은 도라지를 구입해서 감사, 있는 술을 챙겨 안 마셔서 감사, 미세 먼지 없어서 감사, 저녁 먹을거리가 있어서 감사, 친구에게 안부 카톡 받아서 감사, 멀리서 귀한 손님 오셔서 감사,...
괜시리 가을 타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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