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October 26, 2023

Before Winter

 


아침 출근길에 도시 농부의 농장을 지나가다, 가던 걸음 멈추고 찍은 호박 넝쿨 사진이다. 허물어져가는 비닐 하우스 위로 뻗어 나가는 호박꽃에 유독 눈이 가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어느새 지붕위를 다 점령하고도 넘쳐 흘러 내려 오고 있는 모습이잖은가.

이제 겨울이 오기 전의 가을인데, '가을 가을'하며 옷들을 다 갈아입고 있는 중인데 호박꽃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국적인 이파리를 갖고 있는 토란대가 베어져 나가고, 무성하게 덮여있던 고구마 밭이 옷을 벗고, 붉은 고추를 매달았던 매운 고추나무(?) 숲도 사라졌다. (참고로 고추 식물은 나무가 아니다. )대신에 김장용 무우, 당근, 그리고 배추 등등이 가을 햇살을 받으며 싱싱하게 여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을 걷이가 끝나고, 키가 컸던 식물들이 사라지니 쌀쌀한 날씨에도 버텨낼 수 있는 키가 작은 식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유독 호박넝쿨은 무더운 여름을 지나 커다란 호박 덩어리 무겁게 여물면서도 멈추지 않고, 날씨님의 얼굴에 아랑곳하지도 않고 호박빛 꽃을 비우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양새이다. 

호박은 넝쿨(덩굴)식물로 넝굴(덩굴)손, 빨판을 이용하여 지지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감고 올라가 자라는 식물이라고 한다. 특히 줄기를 '넓게' 뻗어 나가서 많은 공간을 필요로 한 것으로 보아 내가 본 호박은 오래된 비닐 하우스 지붕을 잘 선택한 것이다. 그늘 한점 없는 햇살을 받으며 행복한 호박이었다. 이제 시간이 흘러, 비닐 하우스의 지붕에 멈출 수가 없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지지대가 허공속에 있는 것인가?
그만 정지해도 되는 것일까?
다음은 어디로 가야하지?
그냥 땅으로 내려와야 할까?
어차피 겨울이 오고 있어!

살아간다는 것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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