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November 03, 2023

아무것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다.  귀하게 '하루'를 사용하고 싶었는데, 그냥 쇼파와 한몸이 되어 정신 줄 내려놓고 퍼져 버린 날은 '자괴감'과 '후회'를 남길 것 알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을 선택했다. 그래, 그런 날도 있어봐야 얼마나 성실하게 하루 하루를 꾸린 전날의 내가 이쁘고 사랑스러웠는지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이상 기온으로 인해 11월의 단풍이 늦게 오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단풍이 곱게 발색하지 못하고 갑자기 차가워진 겨울 기온에 '훅'하고 얼어서 떨어져버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지구가 확실히 뜨거워진 모양이다. 바다 온도가 뜨거워져 떠나버린 '오징어' 대신에 '문어'가 잡히고, 양식장 물고기가 뜨거워진 온도에 적응을 하지 못해 폐사하는 소식, 멸치가 잡히지 않고 멸치 잡아 먹는 정어리떼가 극성이어서 정어리로 젓갈을 담았다는... 등등의 소식은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없다는 '불안함'을 주기 충분하다. 

코로나 후 각 나라마다 경기침체로 '각자도생'을 하고 있는 즈음에, 지구 저편 두군데에서 서로 한치 양보도 할 수 없어 총부리를 겨누고 살상을 저지르는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나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 하겠는가. 세계 경제와 정세가 불안하고 예측하기 어렵고, 살기 팍팍하게 대책없이 생활 물가가 오르고 있는데, 비행기 타고 배 타고 건너온 업그레이드된 빈대의 느닷없는 출현에 어안이 벙벙하다. '세상이 어찌 되려고...' 

세상은 참으로 좁다! 비행기 타고 배 타고 돌연변이 빈대가 한국에 돌아왔다. 살충제에 끄덕 없는 갑옷을 입고 돌아온 빈대를 잡기 위해 천적인 바퀴 벌레를 풀어야 할까나. '이를 어째...'

세상의 삭막한 이야기의 부작용을 이겨내기 위해서,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서 정신과 마음을 잡아 줄 좋은 책을 읽으면 좀 괜찮아지지 않을까. 돋보기 안경을 걸치고 작은 글씨를 들여다 보는 것이 귀찮다. 냉동고에 숨겨놓은 마른 안주를 꺼내고 냉장고 구석 숨어있는 맥주 한캔을 꺼내고 말았다. 이럴 때 마시라고 있는 것이 술이다.  술의 정석대로 술이 술을 부르고 만다. 술과 안주를 집어 넣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 그렇다. 옷을 챙겨입고 동네 공원을 다녀왔더라면 우울감과 불안함이 덜했을 것이다. 몰랐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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