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November 02, 2023

출발한 버스

 예측할 수 없는 현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지속 가능한 '행복'이란 '돈'보다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행복이란 것도 '노력'을 하지 않으면 쉽게 주어질 수 없는 것이기에 저절로 주어지는 타인들의 '친절함'에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든다. 

매일 일상 속에서 사람들의 '따뜻함'과 '친절함'이 없다면 얼마나 살아가는 것이 삶은 밤고구마를 김치 없이 먹는 것처럼 팍팍한 것인가. 날마다 더 나은 삶을 살기위해 어떤 '노력'이라는 것을 하고는 있는 것일까 자문해 본다. 나이가 들수록  '배려'와 '친절함' 그리고 '관대함'을 갖추는 것이 명품 가방을 드는 것보다 먼저 챙겨야 할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즈음이다. 

이미 승강장을 출발한 버스 기사님이 한발 늦게 도착한 승객의 '당혹감'을 모른 척 할 수 없어 살짝 닫힌 버스 문을 열어주는 마음은 친절함이다.  동네 병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신 의사 선생님이 변치 않고 찾아오는, 충성된(?) 고객에게 독감 주사 값을 할인해 주는 선택도 타인에게 베푸는 친절함을 담은 서비스이다. 아침 출근 길에 타인의 열린 가방을 모른 척 하고 지나가지 않고, 선한 마음으로 그 사실을 알려주며 가는 것도 친절함이다. 생각보다 우리는 따뜻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는 퇴근길 버스 승강장에서, 간발의 차이로 먼저 출발한 버스 기사님은 애써 외면하며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사회가 건강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규정'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리 무정한 일도 아니었다.  그려 이미 출발한 버스에 연연해하는 내가 잘못이다며 쿨하게 보내 버린다. 이제 더 이상 떠나는 버스를 향해 무단횡단을 하지 않을 것이며, 애써 품위 없이 달려 가지 않을 것을 결심했다. 문닫고 출발한 버스는 '일관성' 있게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오늘도 '둘쑥날쑥'으로 오가는 버스가 바로 눈앞에서 출발을 한다. 나와 기사님을 위한 '배려'로 쿨하게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려, 버스를 타기 위해선 사람이 먼저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려야 한다. 

승강장 근처에는 버스 보다 한발짝 늦게 도착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버스 안에서 버스에 올라타지 못하고 간발의 차이로 버스를 놓쳐 애원하는(?) 눈빛을 보내는 어제의 내 얼굴과 눈빛을 가진 사람을 보게 되었다. 버스 기사님이 그 간절함에 공손하게 두손을 모아 '미안하다'는 표시를 '고개 숙여' 하는 모습을 보고 그만 마스크 안에서 따뜻한 웃음이 번지는 것을 느꼈다. 

버스 기사님의 따뜻하고 친절한 거절을 보며 아직 세상은 따뜻하다라는 생각을 했다. 당연하게 '부릉'하고 떠나버려도 될 일인데...

0 Comments:

Post a Comment

<<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