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September 06, 2023

여름을 걷다가

 

                                           

관리가 되지 않은 공원의 첫 인상은 '자갈밭'이었다. 잡초라고 불러지는 이름 모를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나는 모습은 자연 친화적(?) 방치에 가까운 풍경이었다. 어두운 시간에 돌부리를 피해 걸어야 한다는 사실이 실망스러웠지만  그렇다고 해서 넘어져 무너질 일은 아니었다. 이제 시간이 지나  '울퉁불퉁'한 자갈이 박혀있는 흙 길과 정이 들었나 보다. 완벽하지 않는 길을 따라 걷다가 멋진 하늘도 보고 때를 따라 꽃구경도 제법 하는 편이다. 

특히나 눈과 비가 내려 미끄럽거나 혹은 잠기거나 할 때 아무렇게나 박혀있는 거칠고 단단한돌부리들이 아주 유용한 존재로 그 존재감을 발휘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것은 존재의 이유가 있는 것이라는 것을 자갈과 흙이 반반 섞인 길에서 깨달음을 선물로 받은 것이다. '포근포근'하고 기분이 좋은 흙길의 산책길이 비로 인해 질퍽한 길로 변하면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거칠고 모가 있는 돌부리들이 유용한 디딤돌 노릇을 하더라는 것이다. 그 깨달음을 얻기 전까진 너무나 자연친화적인 공원의 모습에 세금은 거둬서 어디에다 쓰는지 궁금했던 물음표는 깨달음을 주는 것으로 불만을 잠재운 것 같기도 하다. 공원이 잘 관리되어 배수가 잘되어 있는 흙 길을 걷게 되었더라면 아마 다른 선물을 받았을 것이다. 땅보다는 하늘을 더 바라보고 걷기를 하지 않았을까. 

콘크리트 삭막한 도시 풍경 속에서 드넓은 하늘의 얼굴을 자주 보게되는 것은 내게 주어진 선물이다. 특히 해가 지는 노을을 간직한 도시풍경을 자주 보게 되는 것도 자갈길이 있는 공원에서 받는 특별한 선물이다. 저녁 노을은 빛과 먼지의 판타지로 언제나 질리지 않게 빨리 끝난다. 때로는 지리멸렬한 일상의 것들을 노을처럼 채색할 필요가 있다. 그날이 바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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