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September 05, 2023

착한 사람들의 거짓말

 호랑이가 담배를 피던 시절엔 온 가족이 커다란 상에 둘러 앉아 밥을 먹었었다.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맛있게 먹은 기억과 함게 상당히 엄격한 가르침을 더불어 먹어야 했던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떠오르고 만다. 그런데 왜 웃음이 나오는 것일까. 특히 온 식구가 모일 수 있는 아침 밥을 먹을 때 주로 가정교육이 이루어지기 쉽상이었던 것 같다. '후다닥' 얼른 밥을 먹고 학교에 가야 하는 아침 식사시간에 이루어지는 가정교육은 단호하다. 지금 생각하니 정답고(?) 그립고 그리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젊은 아버지와 어린 자식들의 시간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버지의 큰 목소리를 함께 얹어 먹은 아침은 절대 체하지는 않았다. ㅋ 타고난 튼튼한 위장과 살로 뼈로 가라고 말씀 하시는 아버지의 사랑때문이었을까.

사랑의 이름으로 나오는 지적질과 가르침에 가끔은 수저를 놓고 벌떡 일어나는 불효(?)의 모습으로 굳은 불쾌감을 보였지만 일방적인 소통의 방법도 하나의 소통이려니 감내해야 했었다. 어쩌면 인내심이 부족하고 싸가지가 노란 못난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불효 막심한 모습을 드러내는 아직 어른답지 못한 순간이었지 싶다. 이 또한 아버지가 늙고 나니 그립다.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의 집에는 멋스럽게 휘갈겨진 네 글자의 한자'근검정직'이라는 가훈이 있었다. 물질이 넉넉하지 않으니 부지런하고 성실한 모습으로 절약하고 살아야 가난에서 벗어 날 수 있었음이다. 사치라는 단어가 무엇인지 개념이 없을 때였다. 그 당시 커다란 오도마 사탕 한개를 더 사먹으면 나름 사치요 돈의 낭비이지 않았을까. 지금과 달리 모두가 가난한 시절이던 그때,  '바르게 살기'의 한 슬로건으로 '근검정직'은 한 집안의 가훈으로 충분했지 싶다. 

정직한 태도라 함은 무엇인가. 너무 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정직한 태도로 어찌 사회 생활을 매끄럽게 할 수 있겠는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때때로 지불해야 할 댓가들이 있다. 하지만 웬만하면 부지런하고 정직한 엄마 아부지의 유전자를 가진 나는 거짓말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왕비와 공주의 유전자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음은 일찌기 어린 시절 알고 말았다. 그깟 레이스 양말과 반짝거리는 구두에 말이다. 

시간의 필터를 지난 기억은 좋은 것만 유리한 것만 기억하고 수집하였을 것이지만 어린 시절 나는 거짓말을 자주 하지 않았다. 위기를 모면하고자 했던 거짓말은 정말 가슴이 두근거렸었다. 얼굴이 빨개지고 두근 거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던 기분은 별로 편하지 않다라는 것을 일찌기 깨닫고 말았다. 그리고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 그 속도를 쫒아 갈 수 없었고 상상력이 풍부하지 못했음이다. 다행히! 어느 날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겠다고 마음을 먹어 버린 것이다. 

오히려 어른이 되어서 상대방을 배려한다며 하얀 이쁜 거짓말, 마음을 다쳐서 상대에게 쏟아 부었던 감정형 거짓말, 사회생활에 적당히 필요한 생존형 하얀 거짓말을 할 때가 생기더란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거짓말'이라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대방을 배려해서 나온 하얀 거짓말은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어쩔 수 없는 것이라지만,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거짓말을 살짝살짝 하는 모습은 나의 정직함과 대치되는 것이다. 

신뢰를 쌓을 수 없는, 거짓말 하는 착한 사람들의 심리가 알고 싶기도 하다. '정직은 부정직보다 돈에서 멀어지게 되어있다'(플라톤)라는 말이 있듯이, 물질 만능주의적인 사고 방식이 주류인 세상에 살다보니 정직하면 손해 보는 일이 많은가 보다. 때로는 자신을 보호하고 상대방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혹은 자신의 우월함에 취해 병적으로 충동적인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이 또한 삶의 한 방식이니 그러려니 넘어가 본다. 나름 사정이 있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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