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September 03, 2023

졸리는 월요일

 아, 졸린다.

출근하지 않은 날을 이용한 알찬 자기 계발 계획을 세웠는데, 막상 이 풋풋한 가녀린 게획이 굳어진 생활 패턴 속에 삐집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계획을 쉽게 현실에서 실행할 수 없다는 것은 스트레스이다. 출근하지 않은 날에는 긴장을 풀고 좀 더 안락하고 편안하게 푹 쉬고자 하는 마음이 가득이다. 치열하게 자신을 내몰고 싶지 않더라는 것이다. 아마 이것이 나이 먹은 증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뿌리를 단단하게 내리지 못한 계획들은  포근한 소파 안으로 쓰러진다. 출근 하지 않은 날에 해야 할 생활형 일들을 하다 보니 좀처럼 시간을 만들 수 없다. 뭐 그리 일이 많은가? 티나지도 않은 집안일들을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고 나서의 그 뒷당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 하찮아 보이고도 사소한 일의 중요함을.

요즈음은 쇼핑을 하는 시간이 많이 줄어 든 편이다. 차를 끌고 나가 쇼핑을 해서 집으로 오고 가는 시간도 줄어졌고, 충동구매라는 것도 덜 하게 되었다. 직장 생활을 겸하다 보니 집대문까지 배달을 해주는 온라인 쇼핑의 편리함이 감사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왜 자기계발을 할 시간이 없지? 아무래도 재미난 연속극 탓인가 보다. ㅋ

핑계인가? 하필, 집안 일을 하면서 습관처럼 켜놓은 텔레비젼 연속극의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에 걸려 들고 말았다는 것이다. 드라마 전편을 다 보지 않았지만 잠깐 동안 보다 보니 무슨 내용인지 알겠다. 몇 장면을 보고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떠올랐다. '뭐여, 복사 붙이기 한것이여?' 

작가님이 영감을 받어 일종의 로칼라이제이션(?)이라 할 수 명명할 수 있는 조선시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만들었다는 정보를 보면서 자신의 예민한(?) 촉에 대해 조금은 안심이 되긴 하였다. 우리 실정에 맞는 이야기로 각색했다는 점에서 원작을 보았던 그 옛날을 떠올리며 보니 더욱 재미가 났던 것 같기도 하다. 잠을 설치기까지 하며 마지막 회를 본방사수 하니, 민감한 생체리듬이 엉망으로 꼬여 버린 것이다. 제2부를 하기 위해 안타까운 설정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이해하지만, 슬픈 결말과 미리 제공한 예사롭지 않은 제 2부의 떡밥 영상은 한참 동안이나 제법 마음을 시끌시끌하게 하였다. 10월에나 새로이 한다지...ㅠㅠ 걸려들고 말았다.  그래서 월요일 아침이 피곤하다. ㅋ

흔하디 흔한(?) 사랑 이야기인데 아직도 이런 낭만 이야기에 마음이 아프다니...작가가 대본을 잘 쓰고 배우님들이 연기를 몰입도 있게 잘 한 모양이다. 혹시 대리 만족을 하고 있나? 엇그제 밤엔 '무빙'을 보다가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아직도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흘릴 수 있다니...깜짝 놀랐지 싶다. 안구건조증 때문에 인공 눈물을 넣고 있는 지금의 시간에 천연 눈물이 철철 넘쳐났다는 사실은 분명 큰 감동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 다수의 작품성 있는 작품을 보면서도 저절로 눈물이 흘러 나온 경험은 쉽게 가질 수 없었던 터라, 모처럼만의 천연산 눈물이 반가왔다.

그래서 난 나답게 하는 공부를 하지 못했다. ㅋㅋ 그래서 훌륭한 사람이 되질 못하는 모양이다. 그냥 좋은 사람이 되는 것으로? 

좋은 마음으로 나름 최선을 다해도 사람들은 알아 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서글퍼하거나 노여워 하면 정말 모지리다.ㅋ 나는 나대로 나답게 최선을 다해 내 길을 쭈욱 가면 되는 것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카렛이 한 말 있잖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거여!'(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 

내일은 덜 졸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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