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September 08, 2023

항상 밝은 얼굴의 그늘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한낮엔 불꽃같은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과 가을이 공존하는 시간이다.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길을 걷다가 머리카락을 살랑살랑 흔드는 바람의 인사에 반가운 소리를 낸다. '아, 시원해'하며 어느 광고속에 나오는 모델처럼 가을 바람을 반기는 것은 나만의 것은 아닌 모양이다. 

무더운 찜통 더위에 지칠대로 지친 상태에서 불어오는 한 줄기 시원한 바람처럼 사람들의 선한 의도는 귀하다. 마음이 한여름의 더위처럼 후덥덥하고 열이 치받쳐도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려고 노력이라는 것을 하였다. 평소 인사만 하던 이름도 모르는 분이 처음으로 말을 건넨다.'항상 그렇게 밝으세요' 그때 나는 마음이 하도 시끄러워서 인사하고 싶지 않았지만 예의를 잃고 싶지 않아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고 휙 지나가던 참이었다. 마음은 부글부글 뜨거운 물이 끓고 있는 참이었다. 그렇지만 헝클어진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더 환한 얼굴로 인사를 하였는지도 모르겠다. 

얼른 응대를 한다는 것이 그만 '아니에요, 억지로라도 웃는 것이에요' 그만 이상한(?) 말을 하고 말았다. ㅋ순간 허공에 떠 있는 이 말에 서로가 놀랐던 그 순간은 '당혹함'이었지 싶다. 삐져 나간 말을 내뱉은 당사자 자신도 놀라 '항상 인자하시고 편안한 얼굴로 계셔서 멋지십니다^^'란 문장으로 뱉은 말을 바삐 가리고 그 자리를 피해서 걸어 나오며 후회를 하였다. '그냥, 아무말 하지 말고 비긋이 웃을걸~~~' 뭘 그리 성실하게 대답을 한답시고 아무 유익없는 말을 내뱉는단 말인가.

'항상'이란 말과 '밝다'라는 말로 묘사될 수 있는 칭찬은 참으로 감사하고 귀한 것이었는데...

'항상'일리 없고 늘 밝을 수는 없는 것이라는 것쯤은 알고 계시는 분에게 일부러 불편해 보이는 '억지로'라는 말을 사용을 한 것은 과한 반응이었지 싶다. '밝은 얼굴의 그늘쯤'은 짐작할 수 있는 분이었는데...이제 웃는 얼굴이 더 이상 순수한 웃는 얼굴이 아닌 것이 되어버렸지 않는가. 인위적인 웃음을 짓는 사람들을 싫어했음에도 살다보니, 그나마 찡그리고 웃음기 없는 얼굴 보다는 낫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 얼굴의 표정은 진짜가 아닌 것이 되어 버린 모양새이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감정을 감추고 밝은 미소를 장착한 친절한 사람에게 뒷통수를 맞아 본 적이 내게도 있다. ㅋ 마음 속의 풍경을 다 끌어내어 투명하게 보여 주고 남았던 것은 심하게 말해서 '후회막심'이란 것이었음을 기억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깨달은 것은 사람들의 성장 배경, 인품, 취향, 입장에 따라 달리 해석되어지는 것이 당연하기에 '절대 자신과 같은 공감'이 불가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 '인내심과 열린 마음'을 가지고 진솔한 대화가 통했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알고 싶은 것'만 묻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장이 다르고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

그런데, 환한 얼굴로 인사를 하신다. '밝고 에너지가 넘쳐 보여서 멋지십니다.'

삶의 좋은 태도는 좋은 마음에서 그리고 좋은 태도에서 좋은 마음이 서로를 떨쳐내어 생각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한 것 같다. 매너가 사람의 인격을 가름하듯 예를 잃지 말고 어진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억지로라도' 웃는 것으로 못난 나를 훈련시켜 보기로 한다. '웃으면 웃을 일이 생긴다! 정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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