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September 13, 2023

가을을 부르는 비

 어제의 시간은 맑고 뜨거웠기에 오늘의 비가 느닷없이 갑작스럽다. 어제의 뜨거워진 몸과 마음을 식히라고(?) '천천히 천천히' 부드럽게 내리고 있나보다. 아주 조심스럽게 내리는 비는 분명 '가을비'가 그치고 나면 그 불분명했던 의미를 알 것도 같다. 

비오는 출근 길을 위해, 더 간소한 옷차림과 방수 등산 신발을 신고 집밖으로 등정을 나가니 온 세상이 내리는 비에 증기를 내뿜는 듯 하다. 아침 단장을 하고 나온 사람들은 다들 잠을 잘 주무셨을까. 환절기에 접어든 탓인지, 무더운 여름을 보낸 탓인지,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도 가을을 타는 사람처럼 '전전반측'의 밤을 보낸다.   

'나라 살림이 힘들다'고 하더니, 동네 쓰레기를 줍고 청소하는 노인 일자리가 정지를 당한 모양이다. 슬럼가의 한 풍경처럼 쓰레기들이 길거리에 나뒹굴고 있는 모습을 애써 못본 척 한다. 키가 큰 푸르디 푸른 나무들로 시선을 옮겨 버린다. 아침부터 기분이 오염되기 전에 얼른 도망가는 방법 밖에 없다. 사람들이 바삐 발걸음을 재촉하여 길을 횡단하여 건너니 뒷따르던 자신도 자동적으로(?)따라 건너고 말았다. 그야말로 '살짝' 고민하고는 '그러면 어때'하고 사람들 뒤를 따라 건너고 나서 '죄'를 지었다는 생각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섞인 '후회'를 한다. 

왜 자꾸 규범을 지키고 소신을 따르지 않고 '둘레둘레' 주변 사람들을 따라하는 것이지?. 보통 사람들은 '보통'이라는 범주에 들어가기 위한 보통적인 행동을 선택하고 보통적인지 체크한다고 한다.  다수를 차지하는 보통에서 어긋나면 이상한(?) 사람이 되면 불편하거나 불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차가 보이지 않으면 무단횡단을 따라하는 나는 보통 사람인가.' 급히 앞사람의 뒤를 따라 길을 무단횡단의 결과로 몇분을 아끼고 소중하게 사용한 것일까 묻는다. '다시는 이래서는 아니 된다'고 스스로를 꾸짖어 본다. 그냥 무엇인가에 홀린 사람처럼 무책임한 행동을 한 것이다. 사고가 나면 앞사람 따라가서 그랬다고 남탓을 할겨? 잠을 설친 이유로 판단력이 흐려진 것이다. 다 잠때문이다!!

무단횡단까지 하고 지하철 승강장에 도착했더니만, 지하철이 무심하게 바로 앞에서 문을 닫고 가버린다. 지하철 문이 닫히는 순간 미끄러지듯이 무리해서라도 타고 싶었지만 이번엔 참았다. '다시 지하철이 또 올 것이다!''무엇보다 안전이 제일이다.' 

'에스컬레이터에서는 걷거나 뛰지 말라'는 안전 글귀가 붙어 있지만, 사람들은 두 줄로 서서 왼쪽은 지나 가고 오른 쪽은 움직이지 않는다. 새로 바뀐 규정엔 한줄로 서서 움직이지 말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폭이 아주 좁아 지나가기 위험하고 경사가 아주 높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이 두줄로의 적절한 습관을 버리기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나 또한 고민되지만 에스칼레이터 가드를 붙잡고 걸어 올라가며 출근 길 '순환'을 눈치껏 돕는 편이다. 그래도 경각심을 갖고 행동해야 할 선택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아직 마스크를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지하철 역을 벗어남과 동시에  숨막히는 마스크를 벗고 내게 필요한 것은 ' 맑은 공기'이다. 그런데 길거리에서 타인이 내뿜는 으슥한 허연  담배 연기가 침범해 들어오며 '좋은 아침'을 망치려고 한다. 비오는 날이라 담배연기가 더 맡아졌나 보다.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죽을 것 같나 보다' 어차피 아침 출근길의 자동차들로 부터 나오는 매연 때문에 마스크를 쓰긴 해야 한다. 다시 주머니에 집어 넣었던 마스크를 꺼내어 쓰고 만다. '어릴 적 울 아버지 담배 냄새를 좋아했었는데...ㅋ 그때는 그랬고 지금은 아니다.'  

정거장에 앉아 더디 오는 버스를 기다리며 땀을 느끼고 있자니, 어느 시인의 싯구처럼 뜨거워진 얼굴과 뜨거워진 마음을 식히라고 가을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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