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왼 발과 오른 발
해가 저무는 시간, 붉은 흙이 깔려 있는 공원 운동장의 둘레를 맨발로 걷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발견하고 놀랐다. 대부분은 노년의 맨발들이다. 맨발로 걸음으로 해서 발바닥에 분포한 신경 반사구, 림프 체계, 신경 말단을 자극해 늘어나는 뱃살과 주름진 시간의 우울증도 좋아지게 할 수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나와 맨발로 공원 운동장을 돌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였다. 사람마다 인터뷰를 해서 물어 보는 것도 그렇고해서 직접 신발을 벗고 참여해 보기로 하였다.
먼저 벗은 신발을 벗어 놓아야 할 곳을 찾아야 했다. 대충 훑어보니 발을 씻을 수 있는 수돗가에 많은 신발들이 나란히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흙바닥을 내딛는 순간 그동안 무거운 몸무게를 가장 밑바닥에서 견딘 하얀 발이 밖으로 나온 나의 오른 발과 왼발은 부끄러운 듯 창백했다. 이왕 마음을 먹은 김에 허옇게 질린 나의 발들을 양말 속에 들이지 않고 감행을 하기로 했다.
아무리 무거운 시간을 견딘 발이었지만 맨발로 흙바닥을 내딛으니 어리고 여린 고통이 느껴졌다. '따금 따금'한 고통의 자극이 어떤 좋은 효과를 가져오는 모양이다라고 짐작을 하였다.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편안한 담소를 나누며 걷고 있는 것에 비하면 아주 느린 속도로 조심스럽게 운동장 두바퀴를 걸어 보았다. 어떤 사전 지식 없이 '무식 용감하게' 덤벼 들었다는 것을 깨닫고 서둘러 발을 씻으러 수돗가로 가게 되었다.
넓은 운동장은 축구용으로 만들어졌다는 듯 페인트칠이 벗겨진 축구 골대가 자리를 차지 하고 있었다. 공을 차며 축구를 하는 젊은 친구들에겐 맨발로 걷는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모습인가. 맨발로 운동장 둘레를 걷는 사람들이 더 많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젊은 친구들의 눈치를 살피게 되는 것 같다. 공원 내 시설의 용도를 따져볼 때, 다수의 사람들과 소수의 젊은 친구들의 용도가 겹칠 때는 어떤 결정을 해야 한다지. 젊은 친구들이 세게 찬 공이 얌전하게 운동장 안에 있으란 법이 없지 않는가. 구청 살림은 언제나 가난하기도 하고, 돈 쓸 곳은 많고, 냅두고 방치하면 이런저런 사고가 날 것 같은데 말이다.
해가 지는 시간은 주름진 사람들이 일찍 저녁을 먹고 나오는 시간이기도 하고, 젊은 친구들은 저녁밥을 먹으로 집으로 들어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지혜롭게 서로가 한정되어 있는 공간을 잘 사용했으면 한다. 사람들은 생각외로 지혜로우니 방법을 생각해 낼 것이다.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팔 것이라며 뒤로 물러나 본다. ㅋ 이런 소극적인 자세가 별로이지만서도......귀찮고 피곤하다. ㅋ
수돗가를 찾아가서 흙이 묻어 있는 발을 씻고, 수건을 챙기지 않아 발에 묻은 물기를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넘어지지 않게 균형을 잡으며 선채로 다시 양말을 신고 신발을 챙겨 신는 일련의 과정이 불편하였지 싶다. 마땅한 의자가 없음이다. 이 또한 준비물이 필요한 모양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 불편함을 해결하면서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지 궁금하긴 하다
대충 발의 물기를 양말로 제거하고 신발을 신으니 걸음이 날아갈 것 같다. 신발이 없는 세상엔 어떻게 살았을지.....갑자기 발에 신겨져 있는 '운동화'에 대한 고마움이 밀려왔다. 적당하게 '푹신푹신한' 편안함과 거친 바닥을 견딜 수 있는 견고함을 갗춘 내게로 온 '운동화'는 특별한 날에 신는 뾰족 구두보다 훨씬 소중하다.
집으로 돌아와 스마트 검색을 해보니, 맨발로 걷기 위해서는 자세와 동작에 특히 신경을 써서, '걸을 때는 항상 발뒤꿈치가 아닌 발바닥의 허리 부분에 몸의 무게를 싣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한다. 몰라서 발뒤꿈치로 먼저 내딛고 걸었는데 운동장 두바퀴로 짧은 걷기를 끝내서 천만다행으로 보인다.
끝으로 가장 낮은 자리에서 고생하는 나의 소중한 나의 발에게 감사하다는 말 꼭 해주고 싶다. 고마워 나의 발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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