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까는 금요일
정다운 친구 얼굴도 보러 가고 싶고, 밀린 공부도 해야 하고, 주말 행사를 위한 집안일도 있고, 마늘도 까야하고...명쾌하게 하루의 일과가 정해지지 않은 금요일 아침을 맞이 하였다. 평소와 같이 창문을 열고, 아침을 챙겨 먹고, 커피를 마셔도 일의 순위를 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멀리서 서울로 올라온 친구를 만나러 가야 하는 것을 미룬탓인지 개운하지 못한 기분 남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공부를 해야한다는 절박한 '헝그리 정신'도 충만하지 못하고, 금요일인데 마늘 까고 있는 것도 그렇다는 것이다.
손톱이 마늘까기엔 적당한 길이라는 것을 긍정적으로 알아채고, 재빨리 마늘을 다듬어 물에 담가 버리고 노트북 앞에 앉아 버렸다. 블러그에 그적거리고나서 마늘을 까면 뭔가 해야 할 일들을 즐겁고 활기차게 추진할 수 있을거란 생각을 붙잡은 것이다.
아직은 해마다 마늘을 직접 까서 냉동고에 집어놓고 살림을 하고있다. 더 나이가 들면 그때 그때 구입해서 먹어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단순한 삶을 살기엔 그래도 아직 많은 것을 갖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가능하다면 텃밭에 야채를 길러 다양한 색의 싱싱한 야채를 곁들인 단백한 식사를 하고 싶다. 도시에서 텃밭을 갖기엔 쉬운 일은 아니기에 동네 공원 텃밭에 자꾸만 눈이 간다. 어두움이 내려앉기 전에 공원 텃밭을 돌보는 사람들을 보며 내년 봄의 재빠른 신청을 다짐한다.
어제는 사람들에게 전날보다 많은 말을 쏟지 않아 다행이다. 입을 지키자니 이제 눈치를 살핀다.ㅋㅋ 그래, '배려'라고 하자. 타인들을 향한 배려는 눈치를 살피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미국유학시절 영어보다는 얼마나 본능적으로 눈치칫수가 늘어나던가. 잘 들리지 않아 그들의 제스처와 어감 그리고 얼굴 표정을 보고 모든 육감과 영감까지 동원해 그들의 말을 알아먹으려 하지 않았던가. 누군가의 말처럼, 말은 거짓된 단어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과 제스처에서 나오는 표현이 더 진실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다행히 외국인 청취자의 언어능력이 미사어구로 요리조리 돌려 말하면 알아 듣지 못할 것이고 그냥 직설적으로 언어를 구사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ㅋ 그래서 영어를 못알아 먹어 힘들었던 기억은 없지않나 싶다.
눈치가 늘어 이국땅에서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한국에 들어와 이곳 한국 사람들의 눈치를 읽는 일은 참으로 귀찮다. ㅋㅋ 말과 행동이 따로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언제 밥먹자고 할 때이다. ㅋㅋ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냥 하는 소리라는 것은 알았지만서도 말이다. 굳모닝과 같은 인사인 것이다. 안녕하세요?('하아유'?)라고 인사하고 지나가는데 미주알고주알 너무 자세하게 인사하면 좀 그렇다는 것과 같은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스마트폰 들고 날짜 잡고 약속 잡았던, 눈치없던 웃픈 내가 생각이 난다.
나이가 들면서 필요로 한 덕목이 '사회성'이라고 한다. 모순적으로 나이가 들면 '고독'과 친해져야 하는 것과 더불어 사회성도 키워야 하는 것이라는 한다. 전화오지 않는 자식들을 원망하지 말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또 집밖으로 나아가 사람들과 어울려 수다도 떨고 맛난 음식도 먹고 나아가 자기개발도 하면서 삶을 마무리 하는 단계가 고통스럽지 않아야 함이다.
50대 한국에 돌아와 수영장에서 만난 사람들과 겪었던 에피소드는 '자랑질','지적질','이간질'로 분류해서 의미를 찾을 수도 있겠다. 손가락 마디마디 무거운 금반지 끼우고 돈자랑 하던 사람, 맨날 자신의 확고한 잣대로 판단하고 지적질하며 자신은 꼰대아니라고 했던 사람, 이리저리 이간질 하고 돌아다니던 사람, 요리조리 아첨질하며 말을 물고 다니던 사람...ㅋ 자랑질과 지적질은 용서할 수 있다. 때때로 자랑하다 지치면 내 자랑도 조금 들어 주지 않겠는가. 그런데 실상은 자랑하는 사람은 계속 자신의 자랑질에 취해 들어줄 귀가 없다는 것이다.ㅋ 지적질? 친하다고 충고질을 하면서 자신은 절대 충고를 받아 들이지 않았던 사람, 결국은 달콤한 말을 살살 하는 사람을 옆에 두고 다녔다. ㅋ 그리고 당했다 싶으면 이간질을 하며 잠시 쉬었다가 결국은 친절하고 달콤한 여우의 손을 잡고 밥을 먹으러 다녔다.ㅋ결국은 사회성 좋은 사람은 웃는 얼굴로 달콤한 말 잘한 친절한 사람이다!
나이가 들어 동네 수영장이란 지역사회에서 겪는 '내로남불'의 에피소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떠나온 시간이 꽤 되는지라, 그립기도 하다. 시간이란 참 묘하다! 서로 흉보다가 서로 닮아져 끈끈한 연대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찌기, 자랑질 하면 좀 들어주고, 자랑질에 속이 쓰리면 질투질도 하면서 삶의 의욕을 불태우고, 용기내어 지적질 하는 사람에게 감사도 하고, 그리고 항상 웃는 얼굴 유지하는 사람 힘들지 않게 모른 척 속아 넘어가주기도 하면서 살고 볼 일이다. 뻔히 속이 들여다 보여도 모른 척 안 보이는 척 척척을 해야 하는 것은 척척한 수영장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이제 자신의 막춤을 막춰도 되는 나이이다. 눈치가 보이면 보고, 보고 싶지 않으면 보지 않으면 되는 자유로운 나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만의 조화로운 균형점을 찾는 것이 스스로에게 주어진 숙제!
일단, 마늘을 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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