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une 13, 2023

화요일

 맛있고 신선한 과일을 구입할 수 있는 장터가 서는 화요일이다. 퇴근 하는 길에 들러 아삭아삭한 참외를 사와야 한다며 메모리 용량 적은 머리속에 집어넣다가 그만 자신을 믿지 못해 스마트 폰에 입력을 한다. 그래, 내일 아침거리인 식빵도 구입해야 하고...스마트폰 캘린더가 자잘한 메모에 가득이다.

빨래 바구니에 쌓인 옷가지들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고 그리고 쭈그러진 세탁물들을 베란다에 펴서 널고 어느정도 물기가 날아간 다음 다시 건조기에 넣어 먼지도 털고 남은 수분도 털고... 아, 청소기도 돌려야 한다...시골에서 올라온 마늘도 마늘 냄새로 베란다에서 존재를 알리고 있지 않은가.

날잡아 마늘도 껍질을 벗겨 냉동고에 집어 넣어야 하고, 몸에 좋다는 마늘 장아찌는 과정이 귀찮아 생략하기로 한다. 때가 되니, 완두콩, 강낭콩 이런 콩을 넣은 냄비밥도 해먹고 싶지 않은가 말이다. 오늘 저녁은 뭘로 먹지? ㅋㅋ 출퇴근길에 햇빛 많이 먹은 상추를 만나는 행운이 따라주기를 바라고 있다. 

햇빛 먹은 상추맛을 알아버린 탓으로 아침 출근길에 맨날 밭주인이 있나 없나 체크하게 된다. 간절하게 원해서 그 맛이 더 맛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귀한 것들은 때때로 고급진 맛이 나니까. 작고 귀해서 보석이라고 한다지 않은가. 지금 나에게는 햇빛 먹은 상추가 보배로다.

출근해서 도서관 창문을 열다가 주황색으로 익어가는 '살구'를 보게 되었다. 처음엔 매실인가 살구인가 했지만, 나무 이파리 모양이 매실잎은 아니다 싶었다. 살구이다! 호기심으로 주황색으로 익은 살구를 따보긴 했지만 치아가 시릴 것 같아 먹지는 못했다. 다음 주엔 물렁 물렁 달콤새콤할 것 같다. 나무에 달려있는 살구를 먹는 법을 중년 여사님들에게 물으니, 그냥 나무를 흔들어 떨어지는 것을 주워 먹자 하신다.ㅋㅋㅋ 사다리도 없고 높은 나무에 걸려있는 열매를 취득할 연장도 없으니 나무를 흔드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원숭이처럼 긴 팔도 없으니 뱃살의 힘으로 한번 흔들어 볼 참이다.ㅋ

해마다 시골에서 올라오는 '매실'이 소식이 없다. 청매실로 매실청을 담는 것 보다 잘익은 황매실로 매실청을 담으면 더 좋다는 정보에 매실을 늦게 수확하려고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해마다 시골에서 올라오는 매실도 이제 먹어보질 못할 모양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ㅋ 약간 섭섭하긴 하지만 이 세상엔 당연한 것도 없고 영원한 것도 없다. (너무 시크하나?) 매실청도 설탕물이라며 여우같은 합리화를 한다.

화요일은 화끈하게 살아보는 것이다. 근데 눈치가 보인다.ㅋ 이 나이에 너무 화끈하게 열정적이면 품위없는 오지랖 넓은 사람 되기 싶다. 적당히?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분위기와 눈치를 살펴야 하는 일이긴 하나 나름 적당한 선을 찾아 보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이긴 하다. 

상호존중과 배려가 있는 사회는 나부터 시작된다는 것 잊지 말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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