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ing
뇌는 지금 '업그레이드' 중이다. 머리에 쥐가 나고 어깨와 목에 근육이 뭉쳐 통증을 동반할 것이고 사실 이미 어김없이 그리하고 있다. 자신이 가장 자신없는 숫자와 만나야 한다.ㅠㅠ 결국 어쩔 수 없이, 피할 수 없는 때가 도래한 모양이다.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학창시절 수학을 포기한 사람(수포자)로 친구들은 나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이래 산수와 수학을 거들떠도 보지 않았던 사람으로 대학가고 또 대학가고 대학원까지 졸업한 것은 감사한 일이기도 하다. 운이 좋았던 것일까.
숫자와 친하고 수학만 잘했어도 삶이 더 탄탄대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아니드는 것은 아니다. 더 자신감 있고 더 당당하게 전문적인 직업을 가질 기회가 열렸을 것이고, 더 폭넓은 선택지를 받았을 것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어쨋든, 난 수학 공부라는 것을 하지 않았고 모든 기운을 모아 사지 선다형 문제를 읽고 맘에 드는 번호를 추리느라 나름 식은 땀을 흘린 사람이라는 것이다. ㅋㅋ평소에 나름 '신기'를 발휘하여 답을 잘 골랐었는데, 결정적인 학력고사 시험 당일 날 얼마나 떨리든지요. 답이 저절로 보이는(?) 신기를 발휘하지 못하고 그만 답사이로 번호를 찍었다. 수포자답게 학창시절 최저의 수학 점수로 마무리를 했다는 것이다. (ㅋㅋ 기회가 된다면 정말 수학 과외를 받고 싶긴 하다.)
학력고사 시험 보는 날, 둥그런 상에 가족들과 함께 아침을 먹을 때, 울 친정 아부지께서 하신 말씀은 컴퓨터 시스템을 통달한 듯, 중간 번호 하나를 골라 내리 써버리라고 당부를 했었는데, 그만 어긋나게 아부지 말씀을 듣지 않았다. ㅠㅠ 그래서 결과는 최저 점수였고, 집 보일러는 불길하게 고장이 났었고, 그리고 수학시험은 아주 쉬웠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난 학력고사 망친 것이다. ㅋㅋ
지난 일이라 웃는다.
숫자에 알러지가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숫자가 들어 있으면 문해력과 순발력이 떨어지고 뇌가 정지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럼 돈계산은 어떻게 하냐고? ㅋㅋ 수학 머리만 없지 다른 머리는 반대급부로 더 영리한 것 같기도 하다. 모르는 것을 배울 때, 더 집중하고, 더 반복하고 숫자만 아니면 두려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ㅋ
그런데, 숫자가 보이는, 하기 싫은 공부를 해야 한다. 어쩔 수 없다. 그리고 피할 수 없다. 도전이다! 긍정적인 기억을 마구마구 떠올려 본다. 미국 대학생을 가르치기 위해 느닷없이 디자인 책을 들여다 보며 수업 지도안을 짰던 기억, 한번도 해본 적 없는 프로젝트를 위해 공부했던 기억...그리고 얼마나 성공적(?)으로 잘 이루어냈던가 말이다.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 하는 이번 공부는 자신을 더욱 강하고 우아하게 만들 수 있는 도전이 될 것이라 의심하지 않는다. 그래,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다.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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